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미·중, 대립과 충돌 수준에 국제사회 이목 집중

2014-07-30 00:00:01 게재

2014 ARF 관전 포인트

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양강 구도를 형성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동남아 차원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표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중은 지난해 6월 정상회담을 통해 '신형대국관계'라는 형태의 협력적 모델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 보여 온 모습은 협력보다는 견제에 더 중심이 가 있었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 정책을 표방하며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고 중국은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들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며 세 불리기를 시작한 모양새다.

지난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를 아시아 지역 안보 협력기구로 만들자고 공식 제안하는 등 '아시아 안보' 이슈를 꺼내들었다. 이번 ARF에서 중국이 이 문제를 어느 수준까지 언급할지, 또 미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사안이다.

최경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원하는데 갑자기 세계적 차원에서 대등한 관계를 만들 수는 없고 아시아 차원에서는 그 역할을 명확하게 하고 싶어 한다"며 "미국 없는 아시아 지역을 구상하는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이 필요성이 없게끔 하는 담론을 구축하려는 자신의 입장을 얼마나 드러낼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이선진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도 "중국은 이제까지 아시아 지역에서 경제협력만을 강조했고 안보문제나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다자차원의 협의를 싫어했는데 최근에는 안보문제를 들고 나오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의 행보를 대중국 봉쇄로 인식한 중국이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일본과 호주간의 군사·전략적 연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 일본과 호주는 지난 2010년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했고 2014년 4월에는 군사기술공유협정을, 7월에는 일본 자위대와 호주군이 상대방 국가에서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문부대지위협정을 맺었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아세안대양주연구센터장은 "대중국 봉쇄 움직임에 불만을 가진 중국이 경고사격의 의미로 지난 5월 베트남 근해 서사군도에 석유시추선을 보내 남중국해의 긴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미국과 호주, 일본과 호주의 안보협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고 미·일·호의 중국 봉쇄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중국이 어떠한 입장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면 공식석상에서 대립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내실을 쌓는 방향으로 중국이 입장을 전환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선진 교수는 "중국은 미국과 협력하면 일본도 제어되고 이 지역에서 새로운 정세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바마 2기에 들어서면서 필리핀과 일본을 방문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중국의 기존입장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실크로드 구상'을 중점과제로 내세우며 주변국과의 지역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부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주변국에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주변국가들에 도로·철도·통신망을 연결하는 사업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제안도 이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 경기 부양 등 내부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분석은 이번 ARF에서 미중간의 대립 양상이 크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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