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논란 '큰빗이끼벌레' 서울도 안전지대 아니다

2014-08-08 00:00:01 게재

"올해 들어 한강에서 빈번히 발견"

냄새 유발·물고기 떼죽음 가능성

4대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가 한강 서울수역에서도 서식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식수원 오염 가능성은 없지만 죽으면서 암모니아를 내뿜고 이로 인해 물고기떼죽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려된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이 한강에서 건져낸 큰빗이끼벌레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서울환경연합 제공


8일 서울시와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한강 일대를 조사한 결과 한강 상류부터 하류 전 구간에 걸쳐 큰빗이끼벌레 서식이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물 흐름이 느린 10곳을 지정해 배를 타고 조사한 결과 용산 미나리식재장, 성동지구 관공선 선착장 등에서 부유체가 발견됐고 오염물질 방지 울타리에 붙어있는 개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에도 종종 개체가 눈에 띄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특히 정체구역에서 많이 발견된다. 현장조사에 동참했던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남한강 보 인근은 물론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 근처까지 폭 넓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큰빗이끼벌레는 태형동물 일종으로 포자 형태로 된 작은 벌레가 군집을 이루며 서식한다. 북아메리카에서 주로 발견되지만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1970년대 국내에 베스 블루길 등 외래어종이 유입될 때 물 등에 딸려들어온 것으로 파악돼왔다.

지난 6월에는 4대강 작업이 진행됐던 금강 낙동강 영산강 등 일대에서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 서울까지 4대강 전역에서 확인된 셈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큰빗이끼벌레가 유속이 느린 정체수역에서 대부분 발견되는 점 때문에 4대강사업 일환으로 보가 설치돼 집단 서식 규모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큰빗이끼벌레 창궐이 1990년대부터라고 주장, 4대강사업과 거리를 두려하지만 환경 전문가들 입장은 다르다. 이세걸 사무처장은 "1995년 큰빗이끼벌레가 늘었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그동안은 간혹 발견됐을 뿐인데 최근 들어서는 대량으로 발견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올해는 마른장마가 계속 이어지는 등 비가 여느 해보다 적었고 수온이 상승한 원인도 있겠지만 보가 만들어진 후 물 흐름이 느려지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큰빗이끼벌레가 당장 수질에 악영향을 미친다거나 특정 독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살아있을 때가 아니라 죽을 때다. 99% 가량이 물로 구성돼있기는 하지만 죽으면서 암모니아를 내뿜어 심한 냄새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2차 피해가 이어진다. 수중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좁은 공간에 대량 분포돼있을 때 죽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단 떼죽음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와 서울환경연합은 당장 식수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수원구역에서 취수과정에 빨려들어가 관을 막거나 상수관을 따라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장 상수원 보호구역부터 집중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나온다. 큰빗이끼벌레는 떠다니기도 하지만 주로 돌이나 수중 시설물 등에 달라붙어 고착생활을 하기 때문에 상수원 보호를 위해 두른 울타리가 오히려 군집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서울시는 현장조사 이후 시민사회와 보건환경연구원 등 관계자와 함께 대책을 논의, 정부 대책에 발맞추는 한편 태풍후 재조사에 나선다. 시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11월까지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지침에 따라 당장 발견된 개체는 수거해서 폐기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걸 처장은 "보를 터 물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독성 유해성이 있다고 밝혀지지 않았지만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는 만큼 한강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금이라도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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