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들, 담배유해성 이미 알고있었다"

2014-08-22 11:38:02 게재

'담배규제와 법' 국제심포지엄 … 미국 담배소송 주역들 증언

"흡연은 질병과 고통 그리고 사망의 원인이다. 이러한 사실을 내부적으로 인지하였음에도 지난 수십년 동안 담배회사들은 공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왜곡하였으며, 피해가 아주 적다고 속여 왔다 …(중략) … 담배회사들은 강력한 중독성 물질을 생산 판매해 많은 질병을 일으켰고, 엄청나게 많은 사망과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의 개개인의 고통, 경제적 손실 그리고 국가 보건제도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통해 이득을 챙겼다."

2006년 미국 연방정부가 위싱턴 D.C. 지방법원에 7개 담배회사 등을 상대로 조직범죄처벌법 위반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 얻은 '케슬러 평결'의 일부다.

담배소송에서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느냐'는 것은 소송의 주요쟁점 중에 하나이다.

이 평결문은 담배회사들이 담배유해성을 알고 있었다고 확인해준 기념비적인 결정을 담고 있다. 22일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를 알리려는 국제심포지엄에서 국내에 소개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한국금연운동협의회,대한금연학회는 22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흡연의 폐해와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를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을 공동으로 열었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담배의 해악과 담배회사의 행태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특히 미국 담배소송의 역사를 바꾼 국외 전문가들의 경험을 공유해 공단의 담배소송 수행에 큰 도움을 얻고자 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담배회사 자금동원 담배 옹호 활동지원" = 이날 담배회사의 부정행위에 대해 발표자로 나선 로버트 닐 프록터 스탠포드대 교수에 따르면, 1990년 말까지 미국 담배회사들은 서로 공모해 대중들에게 담배의 유해성을 숨겨 왔다.

담배회사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의학자나 과학자를 이용해 담배회사를 옹호하는 전략을 써 왔다. 담배의 유해성을 반대하는 연구들을 지원해 마치 과학자들 내부에서도 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고 조직적으로 지원해 왔다.

그는 많은 저서와 재판 과정에서 "수백만의 미국인들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아직까지도 필터, 저타르나 라이트 담배가 더 안전하다고 말하거나 담배가 헤로인이나 코카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한 흡연피해자의 배우자와 아들이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담배회사인 레날드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해 24조원이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재판에서 전문가 증언을 한 바 있다.

◆담배중독성 연구한 내부 고발자 소송흐름 바꿔 = 또 담배회사들이 은폐해 왔던 '담배의 중독성'을 최초로 증언한 '담배회사의 내부고발자' 빅터 디노블 박사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필립모리스 담배회사에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니코틴이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여 중독성을 일으키며, 아세트알데히드와 결합하면 엄청난 중독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로 인해 그의 실험실은 폐쇄되고 해고됐다.

그로부터 10년 후 1994년 ABC방송에서 담배의 중독성에 대한 특종 보도가 되고, 미국 FDA국장으로부터 비밀리에 연락을 받았으나, 그는 담배회사와의 비밀유지서약에 발목이 잡혀 어떤 증언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마이클 시니어 하원의원의 노력으로 그의 서약 제한이 풀리고, 이후 진행된 청문회에서 그의 증언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그 결과 담배와 담배회사를 바라보는 미국민들의 시각이 변화되고, 그의 증언은 이후 담배소송의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니코틴 중독 유지위해 함량 조작 = 건보공단의 담배소송을 반대하는 일부에서는 1998년 미국 주정부들과 담배회사들 간에 거액의 보상합의가 체결되었지만 이는 조정에 불과하고 담배회사들의 불법행위가 인정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샤론 유뱅스 변호사가 미 연방정부 법무담당 검사로 재직하면서 1999년 진행한 담배소송 결과를 보면, 판결문에 담배회사들이 은폐하거나 속인 행위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당시 글래디스 케슬러 판사는 1700페이지에 이르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지난 50년간 피고(담배회사)들은 흡연과 간접흡연의 해독에 대해 거짓말과 허위주장을 통해 국민, 흡연자, 청소년들을 속여 왔다. 피고들은 담배의 해독에 대한 연구를 억압하였고, 연구결과를 파괴했으며, 니코틴 중독을 유지하기 위해 니코틴 함량을 조작해 왔다"고 밝혔다.

또 샤론 변호사는 "담배소송은 담배회사만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적과도 싸우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정부기관의 협조 거부와 예산 삭감을 통한 (연방정부 소송팀의) 담배소송 무력화시키려는 작업이 시도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한편 다음달 12일 4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건보공단과 담배회사들(KT&G, 한국필립모리스, BAT 코리아) 간의 본격적인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진행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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