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철: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전

2014-09-16 08:15:22 게재

실패에 투여된 노동과 시간,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


<움직이는 벽>
 

하이트컬렉션에서는 안규쳘의 개인전 ‘모든 것이면서 아무 것도 아닌 것(All andbutNothing)’전이 오는 12월 13일까지 열린다. 전시제목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은 작가가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ömer)의 ‘작은 잎(Leaflet)’이라는 시의 “우리는 모든 것을 보며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We see all and nothing)”라는 문장에서 고안해냈다. 인간의 행위들이 계속해서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공회전하는 현상, 즉 ‘실패’를 둘러싼 세계의 역설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나온 것이다.
사유와 성찰을 작업의 동력으로 삼아온 작가에게 이번 전시제목의 의미는 일은 계속되지만 결과가 없고, 목적을 이루는데 실패하지만 그 실패의 과정에 존재하는 노동과 시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헛수고인 듯 보이는 작품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극적인 사건들이 쉴 새 없이 일어나는 세상과, 세상보다 더 극적인 사건들로 채워지곤 하는 미술관의 드라마, 이벤트를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의 결과가 제로가 되는 것, 목적을 이루는데 실패하는 것,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 그리하여 그 실패의 과정에 투여된 노동과 시간이 온전히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다. 그럼으로써 작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이처럼 쉬지 않고 일하는데도 왜 삶은 변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료: 하이트컬렉션 제공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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