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만화 '미생'을 만난다

2014-11-24 10:50:31 게재

부천 한국만화도서관 국내외 만화 26만권 보유 … 우리나라 최초 만화단행본도

드라마 '미생'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직장인의 애환을 풀어낸 현실적 이야기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케이블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6%가 넘는다.

덩달아 원작 만화 윤태호의 '미생'도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다. 위즈덤하우스는 11일 "만화 '미생'이 150만부 판매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아직 만화 '미생'을 보지 못했다면 만화도서관을 찾는 것은 어떨까. 부천 한국만화도서관에서는 '미생'을 비롯, 26만권이 넘는 국내외 만화들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이의종

온 가족 함께 즐기는 만화 세상

한국만화도서관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운영하는 한국만화박물관 2층에 위치해 있다. 국내자료 23만8234만권, 해외자료 2만9716만권 등 총 26만6423권을 보유,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만화도서관이다.

부천시는 한국만화도서관을 운영할 뿐 아니라 지난 1998년부터 매해 국내 유일의 만화 축제 '부천국제만화축제'를 개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다양한 문화 산업의 뿌리, 만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만화도서관은 평일 300~500명, 주말 1000명이 방문할 만큼 인기다.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효재 주임은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에는 자리가 없어 이용자들이 열람실 바닥에 앉아 만화를 즐긴다"면서 "열람실에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빽빽하게 이용자들로 가득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책으로 출간된 웹툰을 즐기려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허영만, 이현세 작품 등 추억의 만화를 즐기러 들르는 중장년층도 상당수다. 어린이실과 영상자료실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주말이면 온 가족이 들러 함께 만화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1940~50년대 희귀 만화 소장

한국만화도서관은 1만7707권에 달하는 만화원화와 고(古)만화자료를 갖추고 있다. 출간되는 모든 책들을 수집·보존하는 국립중앙도서관처럼 국내 출간되는 모든 만화의 수집·보존을 위해 노력한다.

이 만화책들 중에는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단행본 '토끼와 원숭이'가 포함돼 있다.

'토끼와 원숭이'는 1946년 작품. 아동문학가 마해송(1905~1966)의 원작을 김용환(1912~1998)이 만화로 옮겼다. 만화가 김용환은 당대 만화가들의 선생으로 일컬어졌으며 한국만화의 근대와 현대를 이은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작품 '코주부 삼국지'도 올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작품은 1952년 한국전쟁 중 창간된 중고등학생 대상 잡지 '학원'에 2년 반 동안 인기리에 연재된 바 있다.

이 외에도 한국만화도서관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최초의 만화 베스트셀러 1958년작 '엄마 찾아 삼만리'를 소장하고 있다.

이런 희귀본들은 온·습도 유지를 위해 첨단시설을 갖춘 수장고에 보관한다. 희귀본들을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한국만화도서관은 만화관련자료, 영상자료, 출판만화종합목록, 연구·산업·해외동향 기사 자료 등 전문자료도 갖췄다.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학생들은 희귀·전문 자료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만화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올 여름에는 부산대 만화학과 학생들이 '대본소 만화(일반서점에서 파는 목적이 아니라 대본소에서 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찍어내는 만화책)' 연구를 위해 2달 동안 머무르다시피 했다.

만화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

한국만화도서관은 만화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도 앞장선다. 요즘 만화는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는 흥밋거리가 아니라 노동 문제, 학교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하나의 장르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한상정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만화'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코믹'이라는 인식은 만화를 가치 절하하는 데 기여했다"면서 "만화는 많은 이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해 온 특정한 문화예술형식"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만화도서관은 국회도서관에 만화를 보급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도서관과 업무협약을 체결, 국회 숲속도서관에 '공포의 외인구단' '미생' '식객' '조선왕조실록' 등 총 61종 300권의 만화책을 전달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전국 공공도서관에 만화책을 보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만화를 접하며 조금씩 만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난해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에는 도서관 사서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만화 문화의 대중화와 인식 개선을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 문화 콘텐츠로서의 만화, 만화 고르는 법 등을 다뤄 호평을 받았다.

또 매달 '이 달의 추천만화'를 선정, 시민들에게 좋은 만화를 알리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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