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떠난지 30년, 살아난 원시습지

2014-12-24 11:43:26 게재

전북 고창 운곡습지 국가 생태관광지 지정

전북 고창의 운곡습지가 국가 생태관광지로 지정됐다. 사람이 떠난 지 30여년 만에 살아난 원시습지가 정부에서 지정한 생태체험 관광지로 변신한 셈이다.

전북 고창군 아산면 운곡리 오방곡.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1.797㎢의 습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다섯 갈래로 길이 나눠져 있다고 해서 '오베이골'로 불렸던 곳이 지금은 운곡습지로 더 유명하다. 계단식 논을 만들어 농경을 하던 주민들이 1979년부터 영광원전 냉각수용 저수댐이 들어서면서 논·밭을 남겨놓고 떠났다. 인적이 끊긴 지 30여년, 숲과 습지가 살아났다. 운곡습지는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내륙 산지형 저층습지의 전형이란 평가를 받는다. 2011년 실태조사에서 멸종위기종 수달과 삵, 붉은배새매(천연기념물) 등 549종의 동식물이 서식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습지 지정기준 보전가치로 보면 경남 창녕의 우포늪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곡습지는 2011년 3월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특히 고창군은 2013년 5월 운곡습지와 인근의 고인돌 유적 등을 묶어 국내에선 처음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기록도 남겼다.

이번 국가 생태관광지로 지정된 운곡습지 주변은 생태관광지로 조성될 전망이다. 습지 주변으로 습지관리센터, 생태숲길·체험장 등이 들어선다. 인근 고인돌유적과 묶어 생태탐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습지는 보호 하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구상이다. 습지 주변 용계마을 주민들의 소득향상도 기대된다. 주민들은 체험객을 대상으로 민박이나 농산물을 판매하는데 지난해엔 9000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전북도 심보균 행정부지사는 "이번 생태관광지 지정에 이어 부안 채석강의 '지질공원' 지정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지 조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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