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가시권'

2015-01-07 11:23:09 게재

복지부, 상반기 중 한의사 사용가능한 진단·검사기기 선정하기로

국민 88%가 찬성, 헌재도 합헌 결정 … 의사협회 등 양의는 반대

정부가 올해 상반기 안에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선별할 예정이다. 그동안 한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편함은 컸다. 한방진료를 받기 위해 혈액검사나 엑스레이를 다른 의료기관에서 확인해 들고 방문해야 했다. 진단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는 한의사들의 진료권도 침해받았다. 임상연구에 필요한 지표를 확인할 진료도구를 사용하는 것조차 시비거리가 됐다. 의료인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탓에 법적 다툼이 계속돼 왔다.

이와 관련, 2013년 1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의 의료기기사용에 대해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판단을 함으로써 논란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하지만 헌재 결정 이후에도 보건복지부는 양의계의 눈치를 보며 행정적 조치를 미뤄 왔다. 더욱이 대한의사협회 등은 아직도 반대 주장을 하고 있어 정부의 진단기기 선별 폭이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양한방협진으로 의료질 향상 기대 = 지난해 12월 28일 국무조정실은 경제단체 부단체장들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규제기요틴 민관합동 회의에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를 추진키로 확정했다.

규제기요틴 회의에서는 양·한방으로 나눠져 있는 의료 이원화 특성과 국민적 요구, 그리고 헌법재판소 결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복지부가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기별 유권해석을 통해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진단·검사기기를 올해 상반기 안에 명확히 할 것을 정했다. 특히 △보건 위생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고 △기기 사용에 전문적 식견이 필요치 않고 △한의대의 의료기기 교육이 있는 경우 사용 가능하다고 한 헌재 결정내용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당시 헌재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자격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과학기술의 산물인 의료기기의 사용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양·한방 협진을 통해 의료서비스 품질이 높아지고, 한방산업이 활성화 될 것을 기대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그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들에게 질 좋은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료인으로서의 지극히 당연한 책무임에도 일부 의료계의 지속적인 방해와 복지부의 안일한 태도로 제한을 받아 온 게 현실"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 갔다"고 지적했다.

◆국민 80%이상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찬성 =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국민 인식은 우호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2년 6월 '국민 80.8%가 의과와 한의과의 협력진료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2011년 국민의 한방의료 이용실태와 인식도 조사)

또 한의학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스파트너스에 의뢰한 '한의사 의료기기 활용' 조사 결과, 국민 88.2%가 찬성한다는 응답했다. 한의사가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엑스레이, 초음파, 혈액검사 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세부 질문에 대해서는 각각 82.3%, 79.1%, 85.3%로 찬성했다.

지난해 국회의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의 김현숙(비례대표) 김명연(경기 안산 단원 갑)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의 남인순(비례대표) 최동익(비례대표) 의원 등은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한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 허용'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을 촉구했다.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과 김덕중 한의약정책관은 "일정 범위에서 사용 확대 필요성이 있다고 보며, 면허 범위를 고려하고 국민의 요구에 따라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의사협회 등 여전히 '용납 못해' 반대 = 의사협회 등은 최근 성명을 내고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상 규정된 면허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의료행위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부 스스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의 이중 낭비와 환자의 치료시기를 지연시켜 국민건강을 악화시킬 뿐아니라 국가 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특히 "의료 이원화된 면허체계에서 한의사가 (양)의학적 원리에 근거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서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지호 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일부 의료계가 아직도 환자들의 요구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이사는 "헌법재판소에서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 '무면허의료행위'에 대한 해석을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고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어 보건위생 상 위해의 우려없이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그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의미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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