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여는 초등 중등 여학생 네 명
“그림뿐만 아니라 열심히 준비해온 과정을 함께 봐주세요”
작품을 앞에 두고 작업할 때는 범접하기 어려운 작가의 분위기였다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영락없는 10대 소녀들의 모습이다. 자신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는 사뭇 진지하기까지 하다가 다시금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도무지 예측하기 어렵도록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는 네 명의 소녀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벅차더라도,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끝까지 해내는 모습이었다.
아직 어린 초등학생 중학생 네 명. 하지만 내면은 옹골찼다. 이들은 14일(수) 열릴 전시회의 주인공이다. 김성은(천안불당초4) 김수현(천안불당초5) 김연우(불당중1) 이시연(온양한올중3)양은 14일(수)부터 일주일간 서울 명동성당 1898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14일 전시회를 갖는 네 명의 소녀들. 왼쪽에서부터 김성은 김수현 이시연 김연우양>
“새벽 4시까지 작업하며 전시회 준비했어요” =
늦잠을 자고만 싶은, 그것도 아니라면 따뜻한 아랫목에서 뒹굴 거리고만 싶은 겨울방학이다. 요즘 학생들은 학기보다 방학이 더 바쁜 법이라 그리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곤 하지만 그래도, 매일 한 나절을 학교에 있어야 하는 학기 중보다 마음이 그지없이 여유로운 시간이다.
하지만 네 명의 학생에게 이번 겨울방학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시간이다. 단지 이번 겨울방학만이 아니라 지난 한 해 전시회 준비를 하며 쭉 그래왔다.
전시회 준비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다니던 미술학원 원장님의 제안을 받고서였다. 모네아뜨리에 미술교습소 이금덕 원장은 “지난해 2월 초등 1학년 김서은 학생의 전시회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 반응이 상당히 좋아 초대전 제의도 올 정도였다”며 “재능 있는 아이들의 경우 기회를 주는 것이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실력 있는 학생 네 명의 그룹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작품을 본 갤러리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며 전시회가 결정, 이후 준비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방과후 미술학원에 들러 아이디어를 생각해 그림을 그리며 전시회에 올릴 작품에 대한 작업을 해나갔다.
하지만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 중학생인 김연우양과 이시연양은 학업과 전시회 준비를 병행하며 벅찬 순간이 많았다. 김연우양은 “시험과 겹칠 때는 시험공부와 그림 작업을 같이 하느라 새벽 4시에 잠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시연양의 상황은 더했다. 중학교 3학년이라 고입에 대한 고민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시연양은 “고등학교 진학으로 고민이 많은데 전시회 준비까지 겹치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며 “동생들이 작품을 많이 내는데, 언니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찾고 작업하는 등 시간을 쪼개가며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이야기했다.

전시회 준비하며 실력 몰라보게 성장 =
중학생 언니들이 학업과 전시회 준비를 병행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동안 초등학생 동생들은 다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중학생 언니들에 비해서 학업은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아직 어린 나이에 전시회라는 큰 작업을 준비하다보니 그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았던 것. 김성은양은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해내거나 같은 작업을 계속 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는 것은 재밌었다”며 금세 활짝 웃었다.
중학생 언니들의 열심인 모습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기도 했다. 김수현양은 “언니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배운 게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으며 전시회 준비를 하는 동안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을까. 네 명 학생들은 고개를 저었다. “힘들었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전시회를 잘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만둔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 없다”는 것이 소녀들의 야무진 대답이다.
그래서일까. 전시회를 준비하며 네 명 학생들은 한층 더 성장했다. 이 원장은 “성인들도 전시회를 준비하면 실력이 늘기 마련인데, 네 명 아이들의 경우 이번 기간에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전시회를 준비하며 함께 생활해온 네 명 학생들은 서로의 그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성은양에 대해서는 기법이 다양하고 따뜻하게 표현하는 것을, 김수현양에 대해서는 움직이는 동작을 굉장히 잘 그리는 것을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시연양에 대해서는 색 배합을 잘 하고 누가 봐도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김연우양에 대해서는 데생을 잘 하고 마무리가 잘 되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전시회까지 남은 시간은 닷새 남짓. 소녀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단지 전시된 그림만이 아니라 준비하며 성장해온 시간과 노력을 보여주고 싶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작품이 많이 미숙할 수 있지만 네 명 모두가 열심히 준비를 해서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에서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읽어주세요.”
학생들의 이야기와 그 안에 담긴 땀과 노력은 곧 있을 전시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