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미국,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 대북제재카드 만지작

2015-01-16 12:43:48 게재

오바마 미 행정부가 2015년 새해 벽두부터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소니 영화사 해킹을 북한의 소행으로 지목하고 새해 1월 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미 국무부의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대북제재를 주관하고 있는 미 재무부의 대니얼 글레이저 차관보는 "모든 가용한 수단방법들을 총동원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과연 미국이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강행할 것인지, 어떤 대북제재카드를 쥐고 있는지 주목을 끌고 있다.

다음은 헤리티지 재단의 한반도 전문가인 부르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 등 미국내 북한문제 전문가들이 제시한 미국의 가용한 대북제재카드들을 정리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미 국무부의 성 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대북제재를 주관하고 있는 미 재무부의 대니얼 글레이저 차관보는 "모든 가용한 수단방법들을 총동원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2008년 핵협상을 위한 인센티브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했으나 핵문제 해결에 실패했기 때문에 북한을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이 북한소행이라는 미국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온 후부터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가 본격 거론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는 이번 사이버 공격뿐만 아니라 다른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이 장악한 연방의회에서는 새해 벽두부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라는 법안까지 상정됐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에 재지정되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융자 등 자금지원이 전면 금지된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아시아개발은행 등의 대북 자금지원이 막히게 된다.

돈세탁 우려국 지정

워싱턴에서는 북한을 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제재조치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0년에도 국무부와 재무부의 고위관리들이 공개적으로 북한을 돈세탁 우려국으로 지목한 바 있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되면 9·11 테러사태로 제정된 미국 애국법에 따라 북한에 송금되는 데 필요한 어떠한 예금계좌의 개설과 유지가 금지된다. 미국 애국법에서는 테러자금줄을 막기 위해 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되는 국가에게 자금을 보낼 수 있는 어떠한 송금계좌도 미국내에서는 개설하거나 유지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미국내 회사나 개인은 물론 대행기관, 대리인들도 북한에 돈을 보낼 수 있는 계좌를 만들지 못하게 된다.

특히 미국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럽연합 등 다른 국가들의 금융기관이나 회사들도 영향 을 받게 돼 북한에게 돈을 보내면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사실상 모든 국가들의 국제금융거래는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폐 등 위조국가 지정

미국은 그동안 수차례 북한이 수퍼 노트로 불리는 100달러짜리 위조달러를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위조지폐뿐만 아니라 유명상표를 위조해 가짜 담배와 가짜 상품들을 불법 유통시켜 수억달러의 검은 돈을 챙기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위조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 형사 범죄로 조치할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은 2000년대 중반까지 북한의 위폐와 마약 밀거래 등에 대한 수사를 실시했는데 부시행정부 시절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를 중지하며 동결했던 3500만달러를 반환한 시기부터 수사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북한의 불법행위를 수사해 증거를 잡을 경우 북한 지도부를 형사범죄자로 고발하고 제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북 국제 송금망 차단

미국은 벨기에 소재 국제 송금망인 SWIFT 네트워크에서 북한을 제외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 송금할 때에는 이 SWIFT 시스템을 거치고 있는데 북한이 이 대상에서 제외되면 국제적으로 송금 받을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2012년부터 이란이 이 SWIFT에서 제외돼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코델타아시아식 돈줄 차단

부시 행정부 시절이었던 2005년 단행했던 방코 델타 아시아식 제재가 미국의 대북제재 중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했던 것으로 미국측은 평가하고 있다. 북한정권의 비자금으로 보이는 2400만달러를 예치해 놓고 있던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는 북한 정권의 돈줄까지 전격적으로 조이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미국이 돈세탁 혐의로 방코델타아시아를 제재하자 이 은행에 있던 북한정권의 비자금이 동결돼 정권 유지에 필요한 돈을 쓸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베트남, 몽고 등 각국의 은행들이 25곳이나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줄줄이 방코델타아시아와의 거래를 끊었다.

북한 돈줄 봉쇄 '세컨더리 보이콧'

에드 로이스 미 하원외교위원장을 비롯한 대북 강경파 미국 정치인들은 가장 강력한 북한정권의 돈줄을 봉쇄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하고 있다. 이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정권이 가장 타격을 느꼈던 방코델타아시아 사태때 보다 훨씬 강한 돈줄 봉쇄 조치가 될 수 있는 것으로 꼽히고 있다.

이 조치는 북한과 거래하면 미국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시키는 것이다. 즉 북한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제3국 기업까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특히 미국은 물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교역과 지원을 늘려 그 효과를 떨어뜨려온 중국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된 북한 정권의 돈줄을 사실상 전면 틀어막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거래의 90%가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거나 미국과 사업을 계속 하려면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은 북한과의 거래를 끊어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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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