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설계 프로그램 왜 필요할까

“행복한 인생 후반전을 위한 필수준비과정입니다”

2015-02-15 21:47:25 게재

자기탐색부터 용돈관리 취업교육까지 … “바로 이런 교육이 필요해”

아산시노인종합복지관(이하 노인복지관)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특별한 강의가 열리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진행할 노후 설계프로그램인 ‘행복한 인생 후반전’에 대한 강의다.

노인복지관 김미진 팀장은 “이 강의는 원래 은퇴자 대상 프로그램이었는데 실제 은퇴자들은 계속 일을 하고 있거나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 그래서 연령 폭을 넓혔더니 오히려 어르신들의 호응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행복한 인생 후반전은 평균수명이 높아진 최근, 제2의 인생을 행복하고 안정되게 살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고령의 노인들이 이런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탓일까. 강의하는 강사들은 물론 수강하는 어르신들도 지금까지와 다른 자신감을 찾아가며 세상과 마주할 기운을 얻고 있었다.


고령화 사회 대비할 인생 2막 교육 =

수강생 이춘종(67)씨는 “이 교육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적성검사, 생애주기 진단 등을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어요. 새롭게 나를 알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예전엔 봉사를 가도 뒤에 처져 있었는데 요즘은 부쩍 커진 자신감 덕분에 앞에 나가서 적극적으로 봉사하게 되더라고요. 또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자녀와 잘 소통하는 법, 스트레스 푸는 법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게 가르쳐 줘서 많이 도움이 됐어요.”

프로그램은 총 24회기 동안 노년기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매우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에니어그램을 통한 자아탐색 등 한 번도 이런 검사를 해보지 않은 어르신들은 매우 흥미롭게 교육에 임했다.

자신의 강점과 재능을 다시 발견하는 자기탐색 과정은 자신감을 찾기 위한 필수과정이다.
다음과정인 노후설계에서는 자산 건강 여가경영 심리정서 관리 등 다양한 항목을 설명하고 전략적 실천방안까지 제시하며 관리의 필요성과 구체적 방법을 역설했다.

권용옥 주강사는 “어르신들은 단 돈 1만원을 쓰더라도 좀 더 효율적이고 가치 있게 사용하는 법이 필요하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사회성을 회복하는 심리정서관리는 노인자살을 막는데도 효과적이고 질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 =

성인이 된 후 인생의 절반 가까이 은퇴 이후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이 생각보다 오래 살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긴 수명을 대비한 제대로 된 은퇴 이후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아직 그리 많지 않다.

백석대학교 김순안 교수는 강의를 진행할수록 고령의 노인들에게 이런 교육이 절실했다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어떤 어르신은 ‘이런 교육을 왜 이제야 해주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할 정도였다.

김 교수는 막연한 여가만 보내는 노인들에게 지금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제시하고 새로운 일을 찾아보는 자아실현 및 경제활동, 사회봉사도 생산적 여가경영으로 분류해 강의를 진행했다. 여가에 대한 노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앞으로 진행될 강의는 노년기 사회참여에 관한 교육이다. 일을 갖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교육으로 이력서 작성 및 면접 요령까지 교육에 들어있다. 창업준비 컨설팅 및 취업 지원교육도 포함되며 각계전문가가 강의할 예정이다.

김순안 교수는 “70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일 자체가 건강비결이에요. 건강하게 살면 의료비도 감소하고 정신 건강도 좋아져요. 그러면 비용부담이 줄겠죠. 고로 사회적 비용이 감소해서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되는 겁니다. 노인들을 위한 인생 2막 교육, 개인을 위해서도 나라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행복한 인생후반전에서 사례발표 준비하는 임재항(72) 요양보호사
“새롭게 제2의 인생 시작했어요!”

평범한 회사원으로 30년을 살다가 정년퇴임했어요. 나이가 들었다고 일을 쉬고 싶지 않아 이것저것 해보곤 했어요. 그런데 우연찮게 2년 전인 70세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에 도전하게 됐어요. 나사렛대학교에서 배우고 바로 자격증을 땄지요.

남자요양보호사를 찾는 일이 종종 있는데 남자요양보호사도 많지 않고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하는 것도 드물어요. 아마 천안 아산에서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을 걸요.

나도 언젠가는 남의 도움을 받을 때가 있겠죠. 하지만 그전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돕고 싶더라고요. 사실 힘든 일인데다 궂은 일이 맞잖아요. 마음의 부담을 느끼면 이 일을 할 수 없어요. 섣불리 덤빌 일도 아니었지만 전 이 일이 좋아요.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대단하다 싶어요.(웃음)

힘은 들어도 일을 하면 내 건강도 좋아지고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이들을 도와주면 보람을 느껴요. 특히 침대에 계속 누워있는 분에게 운동을 시켜서 좋아지는 것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이래서 나이 들어도 일을 가져야 하나 봐요. 일을 가지면 건강도 챙기고 돈도 벌고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어요. 제2의 인생 시작하는 거 결코 어렵지 않아요. 함께 해보자고요.

<사진>

(어르신들이 에니어그램 결과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자기탐색을 위한 설문지조사)


(권용옥 강사는 “40세 이후 30년 동안 인생의 2차 성장을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해가는 단계가 ‘서드 에이지(Third Age)’라며 은퇴라는 큰 산을 넘어 새로운 인생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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