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인도 스타트업(신생기술기업)에 몰린다
지난해 전년대비 4배 가까이 늘어 … '인도판 알리바바 찾아라' 투자러시
국제적 투자자본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뒤를 잇는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인도의 스타트업들(신생기술기업)에 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1일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기업공개로만 250억달러(27조7500억원)을 끌어모은 국제적 스타기업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리브코'에 따르면, 국제 벤처투자자들은 지난해 인도 스타트업에 38억6000만달러(4조2800억원)를 쏟아부었다. 2013년과 비교해 264%나 늘었다.
최근 인도투자에 나선 기업은 러시아 투자회사인 DST글로벌과 미국 헤지펀드 팰콘캐피날엣지, 악셀파트너스 등으로 국제적으로 90억달러(10조원) 정도를 운용하는 곳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창업단계에 있는 인도의 기술기업들에게 모두 3050만달러(338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에 대한 초기 투자로 큰 수익을 본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인도 온라인상거래사이트인 '스냅딜닷컴' 등의 신생기업에 8000만달러(888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국제적 투자자본이 이익을 좇아 몰리면서 갓 깃털이 나기 시작한 인도 기술기업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일부에서는 "거품이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내놓을 정도다.
인도 전자상거래업체인 '플립카트인터넷'은 현재 110억달러(12조2100억원)의 가치를 나타내 미국의 드롭박스를 능가했다. 지난해 12월엔 미국 투자회사인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로부터 7억달러(7770억원)를 투자받기도 했다. 스냅딜닷컴은 20억달러 가치를, 인도의 우버로 불리는 웹기반 택시예약서비스 '올라'는 10억달러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인도의 거대한 잠재력에 끌린다"고 말하고 있다. 인도 인구는 12억명으로, 중국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인터넷 붐이 온라인소비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2013년 인도의 인터넷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17%에 불과했다. 중국과 브라질의 45%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모건스탠리의 지난달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온라인상거래 규모는 30억달러(3조3300억원)로, 중국 3140억달러(348조400억원)와 미국 2550억달러(283조500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인도에 대한 벤처투자액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010~2011년엔 20억달러를 넘었지만, 2012~2013년엔 10억달러대로 급감했다. 이에 대해 인도 경제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인터넷이용비율 등 열악한 정보통신인프라 △정비 안된 도로들 △전근대적인 우편체계 △신용이 아닌 현찰 중심의 경제 등을 지적한다. 이러한 단점은 플립카트나 스냅딜닷컴 신생 기술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인도의 온라인소비자를 잡기 위해 많은 신생기업들이 너나없이 뛰어드는 상황은 피말리는 경쟁을 낳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추산에 따르면, 이러한 제살깎기 할인경쟁으로 지난해 7~9월 온라인소매상거래 기업 손실은 100만루피(1억6000만달러, 1776억원)에 달했다. 사모펀드 'BPEPI'의 라울 바신씨는 "사업 위험도가 크기 때문에 보다 많은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투자행렬이 뚝 끊기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하고 반문했다.
그러나 인도에서 9년간 투자업무를 펼친 세쿼이아캐피탈같은 베테랑 기업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샤일렌드라 싱 관리장은 "인터넷이용자가 폭발적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가 있다"며 "값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수백만명이 인도인들이 사상 처음 인터넷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인도 인터넷모바일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3억200만명의 인도인들이 인터넷을 이용중인데, 이는 전년 대비 42%, 2011년 대비 250% 늘어난 수치다.
게다가 인도 당국이 신생기업의 성장을 측면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희망적인 신호다.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서는 3년 연속 흑자를 내야 한다는 규정을 완화키로 한 것.
웹기반 택시예약서비스 '올라'에 투자하고 있는 벤처회사 '매트릭스파트너스인디아'의 간부 타룬 다브다씨는 "거품도 있지만, 자금을 끌어들여 실적을 내고 있는 진짜 신생기업도 있다"며 "최근 몇달간 올라의 이용자수가 매달 50%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가구쇼핑사이트인 '패브퍼비시닷컴'을 운영하는 비크람 초프라씨는 "지난해 22억루피(3500만달러, 388억5000만원)의 이익을 냈는데, 올해는 세 배 더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