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이색 골목길 : 염리동 소금길 & 전농동 벽화마을
서울의 이색 골목길을 순례하다 보면 저마다 특색 있는 풍경과 테마에 감탄하게 된다. 미로 같은 좁은 길을 알록달록한 색깔로 덧입히고 거기에 아름다운 그림과 메시지를 담아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신선하고 달콤한 휴식을 선사한다. 주말이면 벽화를 보러오는 사람들로 분주해지는 골목길. 이번 호에는 '염리동 소금길'과 '전농동 벽화마을'을 소개한다.
염리동 소금길 : 화사하고 안전한 골목길 만들기
색다른 힐링을 느끼다
마포구 염리동의 염리(鹽里)라는 이름은 옛날에 마포나루를 거점으로 소금창고들이 많아 부근에 소금장수들이 모여 살았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또 소금길은 범죄예방과 안전을 위해 2013년 염리주거환경 개선지구에 조성된 길을 말한다.
이대역 5번 출구로 나와 비탈진 골목길을 올라가니 41번 이정표가 보인다. 길가 화단에는 선홍색 튤립이 곱게 피어 있다. 노란 색 점선을 따라 걸으며 본격적인 탐험(?)을 시작했다. 골목 구석구석마다 번호가 쓰인 노란색 이정표가 일정한 간격으로 붙어있고, 길 위에 표시된 노란 점선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벽화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1번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소금길은 생각보다 가파른 언덕길이 많아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골목길은 미로 같아서 가로등이나 노란 점선이 없었다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한 시간쯤 돌다가 언덕 중간지점에 이르렀다. 주변을 둘러보니 외부와 단절된 듯 적막감이 감돈다. 어떤 집은 담장이 너무 낮아 집안이 들여다보이고 또 어떤 집은 너무 작아 동화책에 나오는 장난감 집 같다.


가파른 언덕길, 운동하는 셈 치세요~
소금길을 걷다보면 노란색 대문이 달린 집을 볼 수 있다. 바로 '지킴이집'이다. 총 여섯 곳이 있으며 24시간 작동되는 CCTV와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위급 시 비상벨을 누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이곳에는 벽화와 함께 운동코스 길도 조성돼 있다. A, B, A+B 코스가 있는데, 예를 들면 A코스를 걸으면 89분의 수명이 연장된다고 설명한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릴 때 불평하지 말고 운동하는 셈 치라는 의미일 것이다.
또 귀여운 염리동 마스코트도 볼 수 있다. 벽화로 그려져 있기도 하고, 대문을 대신하기도 하고, 담장 위에 도둑을 방지하기 위한 철망이나 유리조각 대신 조각품으로 서있기도 하다. 골목길 바닥에는 마방진 등 아이들을 위한 바닥놀이도 그려져 있다. 소금길의 백미는 콘크리트 벽에 쓰인 문구.
'넘치는 물건은 여기에 두고,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 주인백'. 그 밑에 식기, 그림, 장식품 등 각종 잡동사니가 쌓여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물건을 두고 가거나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져가라는 뜻이다. 그 공간 자체가 한 점의 벽화를 보는 듯 흥미로웠다. 별 기대 없이 찾아간 소금길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볼거리를 안겨줘 즐거운 시간이었다.





전농동 벽화마을 : 골목사이 숨은 벽화 찾기
'우리 동네 우리가 그린다!'
지난해 가을부터 벽화사업을 전개한 '전농동 벽화마을'은 고 박수근 화백이 1963년부터 1965년 5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3년 남짓 살았던 곳이다. 창신동 집이 철거되면서 전농동으로 이사해 살았다는 박 화백의 집 주소는 전농동 77번지 23통 5반이었다. 아직도 그 집이 있을까 궁금해 부동산 중개소에 들러 물어보니 그 자리에 서울시립대가 들어섰다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전농동 벽화마을'은 전농사거리에서 서울시립대 사거리를 잇는 전농로를 중심으로 왼쪽(전농1동)과 오른쪽(전농2동)에 조성돼 있다. 전농1동에 벽화가 그려진 것은 2014년 추진된 ‘테마가 있는 벽화마을 조성사업’을 통해서이다. 전곡마을 마당공원과 인접지역 등 낙후되고 소외된 골목에 벽화를 그려 이색적이고 밝은 마을로 재탄생시키자는 목적에서였다.
이에 질세라 전농2동에서도 60번지 일대가 장기간 지역주택조합 추진 등으로 자칫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자 '우리 동네 우리가 그린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벽화사업에 합류했다. 인근의 전일중학교, 전농중학교, 해성여고, 해성컨벤션고등학교의 자원봉사자들과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시립대학교 학생들이 그린 밑그림에 색깔을 입혔다고 한다.


꽁꽁 숨은 벽화, 찾는 재미 쏠쏠
먼저 전농1동부터 돌아보기로 했다. 큰 도로인 전농로를 걷다가 전농로 21길 표지판을 보고 안으로 진입하자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계단에 그려진 각양각색의 화려한 꽃들이 하늘색 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문제는 그 후부터였다. 마을 골목은 작고 낡은 상가와 집들이 들어차 복잡하게 엉켜 있었다. 별다른 안내표지판도 없고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른다는 대답뿐이다. 어디에 어떤 그림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순전히 방문객의 몫!
벽화 찾기가 마치 숨은 보물찾기만큼이나 어려웠지만 그래도 어렵사리 찾아낸 몇몇 벽화들은 제법 멋스럽고 개성이 넘쳐 보람이 컸다. 전농1동을 나와 육교를 건너 전농2동으로 향했다. 이곳 역시 벽화 찾기가 만만치 않다.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벽화를 찾기 위해 골목을 돌고 또 돌았다. 뱅뱅 돌다가 주민들에게 묻고 또 다시 그들과 마주치고 그러다가 어느 틈엔가 친숙해져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정겹고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골목길 체험이었다.



TIP 전농동 인근 맛 집/ 값싸고 맛있는 '고기 주는 면사무소'

*메뉴/ 세트메뉴(4,500원~5,500원) : 칼국수+숯불고기+밥, 냉면+숯불고기+밥,
칼국수+만두+밥, 냉면+만두+밥
단품(2,900원~4,900원) : 칼국수, 수제비, 냉면, 수제돈가스, 갈비만둣국 등
*위치/ 동대문구 전농로 150-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