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과 등반하고 임춘애와 달린다

2015-05-15 10:00:51 게재

유명인사 서울 자치구에 잇단 재능기부 눈길

단순 홍보대사에서 진일보 … 지속사업 동참

만화가 운동선수 연기자까지 지역에 힘 보태

서울 강북구 청소년들이 벌써 몇년째 엄홍길 대장과 북한산을 오르고 있다. 여름과 겨울 방학이면 강원도 태백산 등지로 산행 겸 체험여행을 떠난다. 강동구에는 강풀 만화가 그림으로 꾸며진 만화거리가 생겨 전국에서 발길이 이어지는 지역 대표 명소가 됐다.

서울 강동구가 만화가 강풀씨 도움으로 성내2동과 천호3동 골목길을 만화거리로 꾸몄다. 만화거리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고 구는 벽화해설사를 선발, 안내하고 있다. 해설사와 함께 만화거리를 둘러본 전북 익산제일고등학교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강동구 제공


서울 자치구에 유명인사 주민들 재능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산악인부터 만화가 운동선수 연기자까지 여러 직업군을 가진 인사들이 단순 홍보대사가 아니라 지속사업에 동참,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강북구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16좌를 모두 오른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 '청소년 희망원정대'를 운영 중이다. 학교폭력 인터넷중독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산행을 통해 도전정신과 동료애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마련한 과정이다. 대상은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학교 2학년. 사춘기 청소년 가운데도 가장 민감하고 예민한 시기에 특히 고민이 많은 아이들을 선발한다.

박겸수 구청장이 직접 나서 삼고초려로 엄 대장을 섭외, 지난 2012년 3월 엄홍길휴먼재단 성북교육지원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그해 4월부터 희망산행을 시작했다. 4~6월과 9~11월에 매달 한차례 북한산 도봉산 등 인근 산을 오르고 8월과 이듬해 1월에는 1박 2일이나 2박 3일 일정으로 병영체험·눈꽃산행을 떠난다. 전체 일정 가운데 절반을 끝내면 수료증을 주고 우수 학생은 남·녀 각 한명을 선발해 히말라야 산행 기회를 준다.

산행이 거듭될수록 아이들의 변화는 눈에 보인다. 박겸수 구청장은 "긍정적·적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 학부모와 청소년 반응이 뜨겁다"며 "꾸준히 보완·발전시켜 미래 꿈나무들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꿈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강동구는 '26년'으로 잘 알려진 인기 만화가 강풀씨와 함께 성내2동과 천호3동을 '만화거리'로 꾸몄다. 두살부터 강동에서 살고 있는 만화가는 상일동에 살면서 성내3동 작업실에서 만화를 그리는데 그의 작품에는 길동 천호동 명일동 골목골목이 등장한다. '지역에서 자란 기억이 작품 소재이자 이야기'라고 단언할 정도다.

2013년 만화가가 직접 나서 주민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 오랫동안 개발이 지연된 낡은 주거지역 풍경을 바꿨다. 성내2동은 '바보' '당신의 모든 순간' 등 순정만화로, 천호3동은 노년층 사랑이야기를 담은 '그대를 사랑합니다'로 채워졌다.

만화거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부터 아예 벽화해설사를 선발해 좁은 골목길을 안내하며 벽화와 함께 마을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토요일은 정기 안내, 단체방문객은 사전예약을 통해 상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구는 "주민들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 만화와 벽화를 매개로 소통하고 나아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사라져가는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파구와 양천구에는 전직 운동선수가 있다. 송파구는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육상 금메달을 선물했던 '라면소녀' 임춘애씨와 함께 건강달리기 교실을 진행 중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7시 임씨와 당시 코치였던 박우상 감독이 건강체조부터 호흡법, 체형별 바른 자세, 종목별 운동법을 알려주고 자세교정도 돕는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던 최강희 전북 현대 모터스 감독은 양천구 유아 청소년에게 축구를 가르친다. 축구에 소질이 있지만 가정형편상 배우지 못하는 유소년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무료로 수업을 진행한다. 매년 한차례 유소년 축구대회도 연다.

그런가하면 은평구는 문화재 전문가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을 영입해 은평역사한옥박물관 개관부터 운영까지 맡겼고 성동구는 장애인 스키 국가대표 선수였던 유인식씨와 함께 장애인 보장구 클린센터를 운영하며 장애인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 방송인 사미자씨는 용산구 성평등정책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성장현 구청장은 "단순 홍보대사를 뛰어넘어 구 성평등정책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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