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래학자 박성원 교수/“어떤 미래가 와도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2015-05-26 23:01:20 게재

청소년기부터 미래 적응력 키워야 미래 변화에 능동적인 성인으로 성장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매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열심히 공부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입시’가 시작된다는 소리가 엄마들 사이에서 돌 만큼 대입은 강남 학생들에게 현재를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대입’ 이후, 10년~30년 이후 우리 아이들의 삶은 어떠할까. 대입에 성공했든 아니든 미래가 막연하고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어떤 미래가 펼쳐져도 잘 적응할 수 있는 ‘미래 적응력’이다.

코앞의 시험을 위해 당장 영어 단어 하나, 수학 공식 하나를 외우는 것보다 미래를 넓고 길게 보고, 어떤 미래가 와도 내가 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미래학 책인 <미래는 나의 힘>(박성원 글, 최은영 그림, 명주출판사)을 펴낸 미래학자 박성원 박사를 만나 어린이들과 함께 미래를 상상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적극적인 미래상-나를 끌어주는 힘
어린이들이 알기 쉽게 미래의 이야기를 동화식으로 풀어 쓴 <미래는 나의 힘>의 저자 박성원 박사는 하와이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미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미래학 박사이다. 사실  ‘미래학’이라는 학문은 우리에게 다소 낯설다. 때문에 어떻게 미래학을 공부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박 박사는 “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 교수를 만났습니다. 당시 기자로서 앞날에 대한 갈증들이 많았는데 미래학적인 관점으로 보니까 미래가 잘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짐 데이터 교수가 있는 하와이대학교에서 미래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짐 데이터 교수는 미국 하와이대학교의 미래연구센터 소장으로 세계미래학연맹의 회장을 역임했고, <제3의 물결>을 쓴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을 창시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과 KAIST 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로 있으면서 미래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강의를 펼치고 있는 박성원 교수. 얼마 전 어린이들을 위한 미래학 책을 펴냈다. 박 박사는 우리가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그 미래가 180도 달라진다는 것을 수많은 연구와 조사를 통해 알게 되었고, 미래를 가장 크게 꿈꿀 수 있는 초등학생들에게도 꼭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에 책까지 쓰게 되었다.
박 박사는 “미래를 바꿀 수 없는 시공간으로 비관하는 사람은 삶을 체념하거나 자살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청년층이나 일본의 사토리 세대가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미래를 개척하고 적응하는데 중요한 것은 ‘나를 끌어주는 미래의 힘’이다. ‘난 무엇을 하고 싶다,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다’ 등과 같이 선호하는 미래상이 없으면 하루하루가 현실의 대응일 뿐, 바쁘긴 바쁘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시간은 흘러갈 뿐이라고 박 박사는 말한다.


 

미래 워크숍 & 미래학교 통해 미래 적응력 높아져
박 박사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보다는 어떤 미래가 다가와도 적극적인 대응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 적응력이란 개인이나 조직의 다양한 변화를 예상하고, 준비하며, 필요한 변화를 창조하는 능력을 말한다. 미래 적응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어려서부터 미래를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필요하다.
박 박사는 “청소년기부터 미래 적응력을 키워야 미래 변화에 능동적이며 자신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이는 수많은 국내외 연구와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며, 영국, 핀란드 등 미래연구가 활성화된 선진국에서는 초•중•고 정규과정에 미래연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적응력이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게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2013~2014년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는 청소년 미래전망 워크숍과 청소년 미래 학교를 통해 청소년이 참여하는 미래연구를 시행하였다. 박 박사는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변화를 예측, 미래 시나리오 써보기, 연극을 통한 미래사회 체험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입니다. 미래 워크숍과 미래 학교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4가지 미래를 시나리오나 역할극 형태로 경험하고 토론하였습니다. 워크숍 및 미래 학교 전과 후 각각 미래 적응력을 조사하고 이들의 태도 변화를 측정했는데, 참가자들 모두 미래 적응력이 향상된 결과를 보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미래 이야기 ‘미래는 나의 힘’
초등학교 연령의 어린이라면 다양한 경험과 상상 속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갖고 꿈을 키우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할 때이다. 그러나 이는 교과서적인 말일 뿐 요즘 초등학생들은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상상력을 키울 시간도, 미래의 꿈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박 박사는 “<미래는 나의 힘>이라는 책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미래를 보여주고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냈습니다. 어린이들이 미래의 방에 들어가 보듯 미래를 경험하면서 각자의 꿈을 찾고, 스스로 미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믿는 미래 적응력을 높이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책에서는 다양한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미래 게임 등을 통해 미래를 쉽게 그려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미래의 직업들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끈다. 미래는 모든 사회 구조, 방식, 생활 습관, 에너지 활용법, IT 기술까지 급속도로 바뀔 수 있으므로 그에 맞는 미래 직업을 상상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 박사는 “미래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다이내믹한 변화가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기에 앞서 미래 변화에 내가 잘 적응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다양하게 보고, 어떤 미래가 와도 나는 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박성원 박사는>


신문사 기자로 일하다가 미래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미국에서 미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2012년 하와이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미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와이미래학연구소(HAWAII RESEARCH CENTER FOR FUTURES STUDIES)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세계미래학연맹(WORLD FUTURES STUDIES FEDERATION) 회원, 세계미래연구전문가협회(ASSOCIATION OF PROFESSIONAL FUTURISTS) 정회원,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운영위원, 미래창조과학부 X연구 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과 KAIST 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로 일하고 있다.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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