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하는 사회인가, 도박공화국인가

2015-06-11 00:00:01 게재
서울 용산에서 마사회의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마사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용산구 학교 앞 주택가에 화상도박장 문을 열었다. 마사회가 경마장을 차린 지점 반경 500m 내에 있는 학교만 무려 6개다. 성심여중고의 경우 화상경마장과의 거리가 230m에 불과해 서로 창문으로 뚜렷이 보일 정도다.

마사회는 주민과 철저히 협의하라는 국무총리의 지시를 거부했고, 국회 농림수산위와 사전 협의하겠다는 약속도 팽개쳤다.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라'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도 안중에 없었다. 용산주민 거의 모두가 반대했고 서울시, 서울시의회, 용산구, 용산구의회, 서울시교육청 등이 모두 나서서 개장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주택가 화상도박장에 85% 넘는 국민들 반대

그러나 마사회의 용산 화상도박장 개장 시도는 사실상 실패했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지하 7층, 지상 18층의 대형 건물이다, 3000석 규모의 도박이 가능하나 현재는 5개 층 574석을 운용 중이다.

하지만 마사회가 개장을 시도한 지난달 31일과 이달 5~7일 매번 수십여 명의 경마 도박객들만 입장했을 뿐이다. 그마저 주민들이 최대한 합리적으로 호소를 하고 물리적인 원천봉쇄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역설적이게도 화상경마 도박객들마저 학교앞·주택가의 도박장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주민들과 학부모들의 호소를 듣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꽤 있다.

현재 용산 주민들과 학부모·교사·성직자들은 2년 2개월이 넘게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개장 저지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노숙 천막농성도 1년 5개월을 넘겼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농림부)와 공기업 마사회가 오히려 교육 환경, 주거 환경 파괴에 앞장서고 있기에 주민·학부모·교사·성직자들이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박근혜정부에 묻는다. "땀흘려 일하는 정직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 국민들에게 도박을 부추기고 패가망신을 유도하는 도박공화국을 만들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대한민국이 도박공화국으로 전락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미 전국에 70개 가까운 화상도박장이 있다. 내국인 전용 카지노(강원랜드)까지 운영되고 있다.

다 정부와 마사회 등이 주도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경제활성화라는 미명 하에 외국인, 나아가 내국인 카지노까지 더 확대하려 하고 있다. 대통령이 말하는 창조경제가 도박경제였단 말인가.

최근 도심 화상도박장 반대 여론은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참여연대, 은수미 국회의원, (주)우리리서치가 7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교 부근·주택가 화상도박장에 대해 85%가 넘는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전국 남녀 유무선500명씩 . 유무선전화 무작위 추출 자동전화조사 방식.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 3.1%P)

지난해 11월 동일한 조사에서 81%의 국민들이 반대한 것보다 더욱 높아진 수치다. 용산 화상도박장 문제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더 많은 국민들이 마사회의 교육 환경 파괴 행위를 비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학교 앞 관광호텔 건립에도 74%가 "반대"

학교 앞 교육환경을 해칠 우려가 큰 관광호텔 설립에 대해서도 국민 74%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박 대통령이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밀어붙이고 있다.

박근혜정부와 마사회에 촉구하고 호소한다. 더 이상 용산 주민들과 우리 학생들을 괴롭히지 말라. 용산 주민들과 시민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마사회의 화상도박장 개장 시도를 막아내고야 말 것이다. 그리고 교육 환경, 주거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과 행태들을 중단하지 않으면, 더 큰 국민적 저항과 심판에 직면하고야 말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