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핀 배우자도 이혼청구 할 수 있을까"

2015-06-23 10:39:55 게재

26일 대법원 공개변론

'유책주의'판례 바뀔지 관심

바람 핀 사람이 상대 배우자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26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바람 핀 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둘러싼 사건을 다투는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고, 생방송 중계를 하기로 했다.

1976년 A씨와 결혼한 B씨는 1998년 다른 여성과 사이에서 혼외자를 낳았다. B씨는 2000년 집을 나와 현재까지 15년간 이 여성과 동거를 하고 있다. B씨는 2011년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지만 1·2심은 '유책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 840조는 재판상 이혼원인으로 △배우자의 부정행위 △악의로 상대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들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그동안 유책배우자는 원칙적으로 민법 840조에 열거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유책배우자는 파탄을 이유로 잘못 없는 상대방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없었다.

다만 상대방도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를 부리거나 보복을 위해 이혼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돼 왔다.

배우자 일방이 정조·부양 등 혼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한해 그 상대방에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유책주의'는 이혼 원인을 엄격히제한함으로써 혼인을 유지하고 파탄에 책임 없는 배우자를 보호한다.

이에 반해 부부의 책임을 묻지 않고,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사정을 이유로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는 이미 파탄돼 회복가능성 없는 혼인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법률사무소 동행의 한상준 변호사는 "민법 840조 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이혼사유를 규정하고 있다"며 "실제 재판에서 변호사는 이런 추상적인 이유를 근거로 이혼을 주장하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현실을 봤을 때 우리나라도 엄격한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가정법원의 장진영 판사는 "최근의 논란은 재판상 이혼을 둘러싸고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데, 협의이혼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미 파탄주의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를 논의할 때는 협의이혼 제도까지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변론에서 대법원은 이화숙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개변론을 통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와 관련된 분쟁의 공정하고 투명한 해결을 도모하고, 변론의 전 과정을 가감 없이 공개함으로써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승주 기자 5425@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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