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용인 보양식 맛집 기행

2015-07-21 11:16:59 게재

무더위 이겨내는 여름 보양식 입 맛 따라 골라먹기

이번 주 초복을 시작으로 복달임이 시작되었다. 복이 들어 기후가 지나치게 달아올라서 더운 철을 복달임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복달임은 이미 달 전에 시작된 듯하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고 입맛을 잃기 쉽다.
보양식은 땀으로 빠져나간 영양분을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으로 보충한다는 의미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달의 식재료로 닭고기, 수박, 옥수수, 민어, 갯장어, 전복, 은어, 장어를 선정하고 무더위에 지친 몸을 위한 제철 음식을 소개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님들은 지역에서 나는 다양한 제철 식재료로 몸보신을 했다.
복날이면 줄서서라도 먹어주던 삼계탕이 식상하다면 나만의 보양식을 찾아보자.
내 입맛에 맞고 기분 좋게 기운을 북돋워주는 음식이 바로 보양식이다.

  

무한정 먹어라 ‘무한장어’
바다장어인 붕장어는 7~8월이 제철인데 미네랄과 칼슘이 풍부하고 불포화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하다. 또한 철분, 비타민 A, B1, B2, C 역시 풍부해 허약체질, 성인병 예방에 좋은 식품이다.

 

1인당 30,000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자연산 바다장어를 먹고 싶은 만큼 무한리필 해준다니 장어 킬러인 리포터에게 이보다 더 솔깃한 제안이 있을까. 대신 남기면 환경부담금이 30,000원이라니 무리한 욕심은 금물이다. 민물장어에 비해 크기가 좀 작긴 했지만 둘이서 무려 열두 마리를 먹었으니 양에서는 압승이다. 장어 기름이 자글자글 녹아 살을 튀겨내듯 익혀주고 상추와 깻잎 위에 얹고 생강과 마늘을 올려 먹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양념장어가 있었지만 소금구이로만 배를 채울 만큼 비린내 없이 장어 자체의 맛이 좋았다.
수족관에서 갓 잡아 올린 바다장어의 싱싱함이 탱탱한 식감으로 느껴졌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깻잎장아찌와 무 피클, 무장아찌, 쌈장을 섞어가며 지루하지 않게 여러 가지 맛을 조합해 비교하며 먹는 재미도 있다. 장어가 작아서 두툼한 식감은 덜했지만 느끼하지 않았다.

살살 녹는 양 구이 ‘오발탄’ 
양은 소의 제1위와 제2위를 고기로 이르는 말로 지방질이 거의 없으며 매우 담백한 맛을 낸다.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어 조선시대 유생들은 허약한 몸을 추스르고 원기를 회복하는데 양 구이, 양탕, 양죽 등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등의 문헌에서 양은 정력과 기운을 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당뇨나 알코올 중독 등의 독성을 멈추게 하고 피로회복, 양기부족, 골다공증 등에 효능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강남까지 가서 먹던 오발탄 양 구이를 서현동에서 먹게 되었을 때 참 반가웠다. 특제 소스에 재워 누린 맛이 전혀 없고 부드러우면서도 양 특유의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어 특별한 날 가곤 했다. 양은 기름기가 없기 때문에 무한정 먹고 싶은데 너무 비싼 게 흠이다. 직접 만들기에 도전해 보고서야 그 돈 내고 먹는 편이 낫겠다고 마음먹었다. 양은 얼마나 구워져야 다 익은 건지 잘 알기 어려운데 알아서 다 구워주니 그냥 먹기만 하면 되니 편했다. 강력한 흡입력으로 연기를 빨아들이는 환기시설도 구이를 맛있게 즐기는 요소이다. 양 구이가 부담스러울 땐 은행과 함께 매콤하게 볶아 통깨와 김 가루를 듬뿍 얹어 낸 돌솥양밥을 먹어주면 된다. 누룽지까지 다 맛있다.

건강한 철판닭볶음 ‘일도씨닭갈비’
닭고기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가격이 저렴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보양 식재료이다. 닭갈비는 한약냄새 나고 펄펄 끓는 국물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학창시절 단골 음식점이 닭갈비집이었을 만큼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양념 맛이 언제 먹어도 입맛을 당긴다.

 

일도씨닭갈비는 당일 생산한 닭을 당일 판매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HACCP 인증한 무항생제 냉장 닭고기를 사용한다. 이름은 닭갈비지만 갈비 살이 아닌 닭다리 살만을 사용해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쌀, 김치, 특 A급 고춧가루, 신안천일염 등 모든 재료가 국산이고, 피클, 스프도 홈 메이드 방식으로 만들고, 특제 양념도 생강, 마늘, 양파, 배, 사과 등을 통째로 갈아 넣은 천연양념이란다. 닭갈비엔 양배추가 진리라고 믿었건만 콩나물도 함께 볶는다. 뚜껑을 덮고 익혀야 되는 줄로만 알던 콩나물을 숙주처럼 생으로 철판에 볶아먹는 조리방법이 생소했지만 아삭아삭하면서도 구수하게 잘 익은 맛에 또 한 번 놀랐다. 닭볶음을 거의 다 먹고 나면 양념에 밥을 볶아서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준다. 평범한 닭갈비가 특별한 보양식으로 변신한 이색적인 가게다.

신토불이 ‘토종추어탕’
미꾸라지는 영양이 풍부한데 특히 비타민 A와 D는 피부보호, 면역력 증가, 호흡기 점막 보호 등의 효과가 크고, 장어의 8배가 많은 콘드로이친황산은 세포노화를 방지하며, 지방간을 억제하는 메타오닌 성분이 동물성 식품 중 가장 높다. 

 

‘토종추어탕’은 100% 국내산 토종 미꾸라지만 사용했다고 해서 몸에는 더욱 좋을 것이라 기대하며 찾아갔다. 대구에 본점이 있고 분당 미금역 먹자골목이 두 번째 가게로 직영점이라는데 경상도식 추어탕은 향이 강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한정식 부럽지 않은 푸짐한 밑반찬도 맛깔나다. 탕이 삼삼한 간이라서 그런지 특이하게 장아찌가 세 가지 나오고 배추겉절이가 상큼하고 달달하게 입맛을 당겨준다. 추어탕 모습은 해장국과 비슷한데 맵고 짜지 않아 좀 더 부드러운 맛이다. 우거지보다 생배추가 주로 들어가 먹기 편하고 구수한 맛이 감돌았다. 개인적으로 걸쭉한 국물이 더 좋아서 들깨가루 한 스푼 크게 떠 넣으니 고소한 맛이 더해졌다. 다진 생마늘과 다진 고추를 넣어주니 깊으면서 산뜻한 맛이 살아났다. 국물이 보약이라는 생각에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먹었는데 배는 불러도 더부룩한 느낌이 없다.

이지윤 리포터 jyl20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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