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동 저염식당 고미고미(古味高味)

2015-08-25 01:03:12 게재

딸 위해 착한 식당 찾다가

열 받은 아빠가 차린 식당



따뜻하고 건강한 밥상은 보약보다 나은 법, 수 없이 자주 외식을 하면서도 결국은 ‘집밥이 최고다’고 외치는 이유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집밥 스타일의 레스토랑이 인기를 구가하며 일부러 집밥 식당만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서현동에 “착한 식당 찾다가 열 받은 아빠가 차린 식당”이라는 독특한 문구를 내걸고 오픈하여 한참 성업 중인 곳이 있어 소개한다. 고미고미(古味高味)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좋은 식재료,
기본에 충실한 조리법이 맛의 비결

흑미밥, 담백, 오가닉, 진심, 믿음, 분당 최초 집밥 식당, 마음이 따뜻해지는 밥, 정성 듬뿍, 계절 음식, 건강한 식재료….
위의 말들은 고미고미의 대표 키워드다. 아예 식당 통유리에 레터링을 해놓았을 정도. 이 키워드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건강한 음식을 추구하는 곳이다. 여기에 ‘저염식당’이라는 타이틀도 덧붙여진다.
“집에서는 일찍부터 친환경 식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해서 먹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가끔 외식을 하고 오면 아이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겨 아이가 화학조미료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착한식당들만 찾아다니다 결국 제가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김대현 대표는 애초에 식재료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해서 재료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좋은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착한 외식문화 확산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MSG에 길들여진 입맛의 손님들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연구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화학조미료 없이 조리하는 맛있는 레시피를 완성하게 되었고 손님들 역시 이 식당의 진가를 알아주었다.
그럼 이곳의 맛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노력이 있지만 그중 좋은 식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DMZ 근처 거래 농장에서 직접 들여온 콩은 삶아서 그냥 집어 먹기만 해도 달큰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데, 이 삶은 콩을 맷돌로 갈아 콩국수로 내놓으니 어찌 맛이 없을 수가 있을까 싶다. 콩국수는 이곳의 여름 대표 메뉴이다.
또 다른 맛의 비결은 바로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양념에 과일, 매실청을 베이스로 하고 육수도 국수용, 찌개용, 만둣국용을 다 따로 낼 정도로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김 대표의 하루 시작은 늘 어두컴컴한 새벽이다. 새벽부터 나와 재료를 다듬고 하루 쓸 육수를 미리 만들어 준비하고 양념장 등을 손수 만들어 놓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도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점심시간에는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다.
고미고미는 얼마 전에 인테리어 리뉴얼을 다시 해 더욱 쾌적하고 깔끔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어서 좋다. 리뉴얼은 상차림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1인 상차림으로 나눔 접시를 사용하고, 식기들도 도자기로 바꾸어 훨씬 고급스러운 친환경적인 면을 강조했다.
음식의 가격도 합리적인 편으로 거의 5,500원에서 7,000원 대로 제공되는데, 음식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반찬들도 하나같이 정성이 들어 있고 말이다.
“정말 박리다매입니다. 음식에 대한 제 고집이 없었더라면 도저히 못 내놓을 가격”이라는 김 대표의 자부심에 찬 설명이다.

 

담백하고 깔끔한 고미고미만의
독특한 맛으로 승부

고미고미에서 제공하는 음식들은 대체로 다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대표 메뉴를 고르기가 어렵다. 그럴 땐 ‘오늘의 고미’라는 메뉴를 선택해 보자. 매일 달라지는 그날의 메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취재를 하러 간 날은 닭볶음탕이었는데 밥도둑이 따로 없는 칼칼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맛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다.
비빔밥도 추천한다. 손이 많이 가는 나물들을 깔끔하게 무쳐서 죽 둘러놓으니 그렇게 푸짐해 보일 수가 없다. 깔끔하며 담백한 비빔밥을 만날 수 있으며 과하지 않으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이곳만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환상적인 육수에 말아 나오는 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 꼭 맛보아야할 음식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3~4시간 정도만 잠을 자도 많은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주시고, 저희는 그 힘으로 음식을 만드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어 감사하고 음식을 드시고 맛있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 보실 때 보람 있고 뿌듯함을 느낍니다”라고 웃으며 말한다.
한국인은 역시 ‘밥심’ 아닌가. 이왕이면 한 끼라도 정성스런 집밥으로 “힘” 내보길 권한다.
위치 서현동 89번지 서현파크플라자 107호

이세라 리포터 dhum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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