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직장인밴드 연합회

2015-09-01 17:56:29 게재

이것이 바로 록 소울!

나이불문, 직업불문 음악으로 하나 된 우리는 영원한 젊은 영혼

여름이 물러가고 있는 토요일 저녁, 수지직장인밴드 연합의 정기모임 연주회를 보기위해 용인 수지 풍덕천동에 위치한 라이브 클럽을 찾았다. 건물 계단을 오르면서부터 들려오는 라이브 연주의 설렘, 그리고 느껴지는 열정.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들만의 우주가 거기 있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주말 연주를 즐겨라
마침 한 밴드의 연주가 끝나고 마지막 연주 팀인 딥키스(Deep kiss)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무척 좋아하는 곡인 페퍼톤스의 ‘슈퍼판타스틱(Superfantastic)’이 연주됐다. 직장인밴드라고 해서 어느 정도 연배가 될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젊은 여성 보컬이 상큼하게 노래를 불렀다. 이어서 에이브릴 리빈(Avril Lavigne)의 ‘Smile’과 핑크(Pink)의 ‘So what’,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Better than revenge’가 공연됐다. 매력적이면서 강렬한 여성 보컬 곡들이 이어져 나도 모르게 공연에 빠져들었고, 라이브 클럽에 모인 50여명의 동료, 관객들의 호응도 열렬히 이어졌다. ‘이것이 라이브 공연의 맛’이라는 생각을 하며 연주를 즐겼다.
밴드 딥키스(Deep kiss)는 펑크록, 모던록, 메탈발라드, 팝, 가요 등을 다양하게 연주하는 발랄한 5인조 혼성밴드이다. 자동차 디자이너인 남궁혜선(35)씨가 이 팀의 멋진 보컬이며, 수지직장인밴드연합의 회장이자 이 팀의 리더인 이교우(48)씨는 파워풀한 드럼 연주를 선보였다. 기타를 맡고 있는 회사원 정철(49)씨는 한 아이의 아빠이고, 베이스 이현구(32)씨는 이제 8개월 된 아기 아빠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기타 최인묵(40)씨와 피아노 강사인 건반 김지혜(28)씨까지 합세한 밴드 딥키스(Deep kiss)는 주중 각자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 후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실용음악학원 합주실에 모여 연습을 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날만큼은 그 어느 누구에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한다.

 

용인의 최대 직장인밴드 연합

수지직장인밴드 연합회(이하 수지직밴)는 2010년에 발족된 용인 최대의 순수 취미음악 동호회이다. 동호회 인터넷 카페에 가입된 회원 수만도 800명에 달하며 공식 연주 팀만도 12개이다. 지난 토요일 정모 콘서트는 벌써 36회째였다. 이날 연주자들을 포함해 참석한 인원은 50명 여명, 연령대나 성별도 다양했다.
수지직밴 초창기 창립 멤버이자 지난해까지 회장이었던 신민석(43)씨는 신의원 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다. 밴드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현재 용인시 시의원이다.
“벌써 5년 전이죠. 당시 개별 활동을 하는 밴드 팀이 몇 개가 있었는데 저랑 현 회장 이교우씨랑 초대회장 장현상씨가 주축이 되어 밴드 연합회를 만들었습니다. 음악과 연주에 관심 있는 지역 사람들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연합회 다음카페도 오픈했어요. 카페를 통해 밴드 구성이 활발해졌고 매월 협찬 클럽에서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연말에는 용인여성회관에서 정기 콘서트도 개최했죠.”

  
왼쪽부터 정해택, 남궁혜션, 김지연, 신민석, 이교우

고령의 나이, 주부의 굴레도
음악 속에서 해방

밴드 멤버들 중 유독 눈에 띄게 연배가 높아 보이는 분을 발견했다. 자녀분 공연에 응원하러 오신 아버님이신가 했더니 ‘큰형님’으로 불리는 드러머란다. 용인 수지구 성복동에 거주하는 72세 정해택씨. 은행 지점장으로 명예퇴직 한 후 취미로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고 현재 수지직밴 연합회에 가입하여 드러머로 활동 중이다.
“카페에 가입해서 제 나이 또래 사람들과 ‘떴다 형님팀’이라는 밴드를 구성해서 시작했습니다. 활력이 넘치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됐죠. 재작년에는 제 칠순잔치로 개인 밴드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친지와 친구들 100여명 앞에서 공연을 했는데 다들 깜짝 놀라더군요. 요즘은 동호회에서 프로젝트 팀에 합류해 젊은이들과 연주를 하고 있는데, 스트레스도 풀리고 늘 젊게 살 수 있어 행복합니다. 드럼 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죠.”
수지직밴 연합에는 여성 연주자들도 많았다. ‘이지밴드’에서 키보드 주자로 활동 중인 김지연씨는 43세, 중학생 아이의 엄마이다.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고 재능기부로 봉사할 곳을 찾던 차에 용인 상갈동 주민 센터에서 지역행사 봉사를 위한 밴드를 모집한다기에 처음 시작했어요. 그곳에서 1년 정도 활동을 하다가 수지직밴 카페를 알게 되어 가입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죠. 음악을 혼자 좋아하는 것과 밴드협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입니다. 연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물론이고 멤버들과 협조하고 배려하며 믿음으로 공연을 이끌어간다는 것에 희열을 느낍니다.”
수지직밴 연합회에는 남녀노소 가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공식 공연 팀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도 언제든지 연주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 오픈 밴드가 운영 중이다. 매월 다양한 공연과 행사를 통해 음악이라는 작은 꿈을 즐겁게 가꾸어 가고 있다.

오은정 리포터 ohej06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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