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에너지공기업 장기간 경영공백

2015-09-09 10:48:07 게재

사장·임원 임기 규정돼 있는데 정부 수수방관 … 내년 총선 이후 임명설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일부 에너지공기업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공석인지 수개월 지났지만 아직 후임 선정 절차에 들어가지 않았거나 사장과 이사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연임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년 4월 총선 이후 낙선·낙천자를 임명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광물자원공사와 중부발전은 지난 6월 25일 고정식·최평락 전 사장이 퇴임한 이후 두달이상 사장이 공석이다. 광물공사는 후임 사장 선임을 위한 공개모집 절차조차 아직 착수하지 않았고, 중부발전은 재공모를 실시했지만 임명 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광물공사는 사장 대행을 맡고 있는 박성하 전략경영본부장의 임기도 16일 만료돼 다급한 상황이다. 박 본부장은 2년 임기 후 2년을 연임한 상태다.

석유공사는 서문규 사장의 임기가 8월 16일 끝났지만 정부로부터 연임·비연임 여부나 후임사장 선정을 위한 공모절차에 착수하라는 지침을 받지 못했다.

임기가 8월 31일 만료된 정창석 생산본부장 역시 연임여부를 통보받지 못한 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신강현 비축본부장 9월 13일, 송병진 경영기획본부장 10월 31일, 김중현 부사장 11월17일 각각 임기 만료된다.

서 사장이 후임 사장 선임시까지 한시적으로 자리를 보존하다보니 임원인사를 단행하기 쉽지 않다.

남부발전 김태우 사장도 지난 7일 허위출장비 사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산업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표 수리 시점은 명확치 않지만 평소와 같은 사장직 수행은 불가능해 보인다.

통상적으로 신임사장을 공모할 경우 접수, 서류전형, 면접, 검증 등 2개월 전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관은 앞으로도 2개월 이상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단순히 따져봐도 광물공사, 중부발전은 4개월 이상 사장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는 얘기다.

앞서 가스공사 사장도 5개월간 공석이었다. 산업부는 장석효 전 사장을 올 1월 20일 해임한 이후 후임 선정작업에 속도를 내지 않아 7월 1일에야 이승훈 신임 사장을 임명했다.

에너지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장이 공석이거나 한시적인 상태라면 신규 사업 추진은 물론 현안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사장이나 임원은 임기가 규정돼 있는 만큼 정부가 임기만료 시점에 맞춰 후임을 선임하거나 연임여부를 결정하면 업무공백이 안생긴다"며 "공공기관에 각종 혁신과 부채감축 등을 요구하면서 경영공백을 방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에는 내년 4월 총선 이후에야 낙선·낙천자를 임명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며 "정부 예산안이 이미 확정됐고, 연말연초에 각 기관별 새해 업무계획, 조직개편, 정기인사 등을 실시하는 만큼 조속히 후임 사장 인선을 매듭지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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