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공동체가 주체되는 '책 축제'를

2015-10-05 10:34:08 게재

비슷비슷한 '보여주기식' 그쳐 … 지역내 여러 도서관 사서들이 기획부터 함께 해야

독서의 달 9월을 지나 10월까지 전국 도서관계는 '책 축제'로 분주하다. 서울시만 해도 서울도서관을 비롯, 각 자치구 도서관들과 교육청 소속 도서관들의 책 축제가 개최됐거나 개최될 예정이다.

시민들이 책과 독서에 대한 의미를 찾고 도서관이 시민들의 일상에 자리하도록 하는 것이 책 축제의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각 도서관들이 책 축제에 들이는 예산과 인력 등의 '품'에 비해 '성과'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14년 11월 서울광장에서 서울북페스티벌이 개최되는 모습. 사진 서울도서관 제공


"시민들 만족도 떨어져" = 도서관계는 명확한 정체성이 없는, 비슷비슷한 책 축제들의 난립을 가장 문제로 꼽고 있다. 대부분의 책 축제들은 주최·주관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책을 읽자'는 구호와 함께 이벤트·놀이, 유명 저자와의 만남 등 비슷한 형식으로 구성된다는 것. 이로 인해 도서관마다 적은 인력에도 불구, 시간·노력을 많이 들이는데도 시민들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지적이다.

서울도서관에서 서울북페스티벌을 담당하는 김지혜 사서는 "여러 책 축제의 포스터와 구호 등을 보면 어느 곳에서 주최·주관하든 비슷하다"면서 "포스터와 구호는 각 책 축제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인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책 축제가 이렇게 계속되면 도서관·출판·시민 등 어느 주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전반적으로 책축제를 포함한 독서사업이 취약해질 수 있다"면서 "책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다른 지역이 하니까 우리 지역도 해야 한다'는 '보여주기식' 단기 성과 위주의 책 축제 개최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출직인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책 축제를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로 인식, 정체성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라는 것. 이럴 경우 지자체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져 책 축제를 개최하는 주체임에도 불구, '책 축제에 동원됐다'고 느끼게 된다. 특히 인력이 풍부하지 않은 현실에서 책 축제 개최는 '과중한 업무' 중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

100여명이 1년 가까이 회의 = 그럼에도 다행히 최근 도서관계에는 책축제와 관련한 새로운 시도들이 눈에 띈다. 오는 23~25일 서울시와 서울도서관이 주최하며 교육청·자치구·학교도서관·출판사 등 200여곳이 함께 하는 '2015 서울북페스티벌'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부터 여러 도서관들이 함께 하는 '참여형 축제'를 지향했다.

2014년에는 서울도서관 담당 사서와 축제 시행사가 기획을 맡았지만 올해에는 추진위원회, 소위원회, 자원활동가들이 함께 축제를 기획한 것. 추진위원장에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를 위촉했으며 서울도서관 외 각 참여 도서관 사서, 자원활동가 등 100여명이 1년여 가까이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김 사서는 "추진위의 경우 도서관계가 아닌 제3자의 시각을 반영해 책 축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아내고 '도서관'이라는 가치를 공유하고자 했다"면서 "소위의 경우 교육청·자치구 도서관, 학교·대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 각 도서관에서 희망하는 사서들이 참여해 콘텐츠 기획, 마케팅, 홍보 방향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서울북페스티벌' '성북 책 모꼬지 마포동네책축제' 포스터들. 여러 주체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책 축제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15 서울북페스티벌의 경우 2014년도 서울북페스티벌에 대한 대학 협력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준비됐으며 올해에도 사후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각 도서관과 공유할 계획이다.

이 외 '성북 책 모꼬지' '마포동네책축제'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책 축제로 꼽힌다. 지난 9월 개최된 '2015 성북 책 모꼬지'의 경우 구립도서관을 위탁·운영하는 성북문화재단 내 도서관본부를 중심으로 지역 도서관들이 함께 모여 '성북구 한 책 읽기' 관련 프로그램들을 구성했다.

'마포동네책축제'의 경우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마포구·구립도서관에서부터 지역방송까지 지역의 각 주체들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장점이다. '2015 마포동네책축제'는 오는 24일 개최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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