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아프리카, 중국의 두번째 대륙
'미래의 땅' 선점한 중국인, 중국돈
하오성리는 모잠비크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중국인이다. 50대 후반인 그는 본국에서 화학약품 업체와 무역회사를 경영하다 금융위기 때 큰 손실을 입고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인 모잠비크까지 오게 되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비옥한 축에 드는 그 땅에서 환금성 작물을 재배해 대박을 이루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아프리카에 중국인들이 넘쳐난다. 지난 10년 동안 아프리카로 이주한 중국인은 100만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농부, 기업인, 무역업자는 물론이고 의사, 교사, 밀수업자, 매춘부에 이르는 온갖 직업을 갖고 아프리카 대륙을 파고들었다.
발단은 1996년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이 아프리카 6개국을 국빈 방문한 일이었다. 장 주석은 아프리카연합 본부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설립을 제안했다. 이어 귀국해서는 중국 기업들에게 '저우추취(走出去, 해외로 나가라)'를 요구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도 원대한 지원 계획을 세웠다.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 가운데 하나인 영국의 피치사가 분석한 데 따르면 중국수출입은행은 2001~2010년 아프리카에 627억 달러를 대출했다. 이는 세계은행의 대출액보다도 125억 달러 많은 규모이다. 이 기간에 중국과 아프리카 사이 무역도 20배 이상 늘어 2012년 현재 2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국의 가장 '위대한(위험한)' 수출품은 뭐니 뭐니 해도 인간, 곧 중국인들이었다. 평범한 중국인들조차 아프리카를 기회의 땅으로 여겨 몰려들었고, 그들은 가족, 친지, 여자 친구 등을 잇따라 불러들였다. 결국중국 돈뿐 아니라 중국 사람이 아프리카를 점령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미 동남아시아에 적극 진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에서 화교 상권을 형성해 그 나라의 경제권을 움켜쥔 역사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의 국부인 고 리콴유가 화교를 뜻하는 '객가(客家)' 출신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구미 각국이 이 '미래의 땅'을 방치해 놓은 동안 중국이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는 형국인 셈이다.
중국 특파원을 지낸 언론인 출신으로 지금은 대학교수로 있는 지은이는 아프리카 대륙의 15개국을 방문해 그곳에 이주한 중국인들을 두루 만났다. 그들에게서 취재한 경험담과 꿈이야말로 아프리카와 중국, 나아가 지구촌의 미래를 가늠케 하는 중요한 나침반 구실을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