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방사성폐기물 옮긴다더니…
대부분 서울 폐기물 이송
발생량보다 이송량이 적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대전지역 방사성폐기물보다 서울지역 폐기물을 먼저 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전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당초 올해 방사성폐기물 800드럼을 경주방사성폐기물 처리장으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올해 뿐 아니라 2044년까지 매년 800드럼을 대전에서 경주로 이송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전지역엔 원자력연구원 2만드럼을 비롯 한전원자력연료, 원자력환경공단 등에 모두 3만640드럼의 중저준위 방폐물이 보관돼 있다.
이송규모를 놓고 말썽이 생긴 것은 올해 분 800드럼의 구체적인 이송계획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올해 분 800드럼 가운데 대전 연구원 분은 284드럼에 불과하고 나머지 516드럼은 서울 연구용원자로 해체폐기물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연구원측은 "한전에 매각한 부지를 원상회복하기로 약속한 만큼 우선적으로 서울 폐기물부터 처리해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전시의회와 지역환경단체 등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즉각 반발했다. 대전지역 폐기물 800드럼을 옮기는 것처럼 발표하고 정작 그 내용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연구원이 서울에 보관된 폐기물을 우선 처리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했다"면서 "대전 시민과 약속한 폐기물 이송계획을 변경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원휘 대전시의회 시민안전특별위원장도 "연구원과 대전시가 관련보고를 소홀히 한 것은 문제"라며 "이제라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리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년 옮기기로 한 800드럼 규모도 도마에 올랐다. 고은아 사무처장은 "매년 대전지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200드럼에서 많게는 1000드럼"이라며 "매년 800드럼씩만 옮기면 대전지역 폐기물 총량 측면에서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고 사무처장은 "공간이 많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데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 주민이 밀집해 있는 유성구의 상황을 고려하면 너무나 적은 규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구체적인 이송계획은 지난해 말부터 보고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부피를 줄이는 신기술을 개발해 800드럼을 364드럼 규모로 줄일 수 있게 된 만큼 실제 이송규모는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