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시리아난민 수용 여부 놓고 싸우는 미국 정치권
프랑스 파리가 IS의 무차별 테러를 당해 테러 공포가 미국에도 확산되고 있음에도 미 정치권은 시리아 난민의 수용여부를 둘러싸고 정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민주당 주지사를 포함해 전체의 절반을 넘는 30곳 이상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시리아 난민 정착을 거부하고 나섰고 공화당 지도부는 난민 수용을 법률로 금지시키려 시도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는 난민 수용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절반 넘는 30여곳 주지사 시리아 난민 거부
시리아 난민들의 주내 정착을 거부하고 나선 미국 내 주정부들이 루지애나를 시작으로 첫날에만 20여곳으로 급증했고 이제는 30곳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시리아 난민 수용거부를 공표한 주지역은 뉴햄프셔 1곳을 제외하고는 30여곳 모두 공화당 주지사들이 있는 주들로 텍사스, 플로리다, 조지아, 일리노이, 오하이오, 미시건, 뉴저지, 매사추세츠, 메인, 노스캐롤라이나, 루지애나, 앨라배마, 애리조나, 아칸소, 인디애나 등이다.
공화당 주지사들은 파리테러 용의자중 일부가 유럽으로 온 시리아 난민으로 가장해 침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에 오는 시리아 난민들의 주내 정착을 미리 거부하는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미국내에서 대규모 이슬람 커뮤니티가 있는 미시건주의 릭 스나이더 주지사는 "미시간의 풍부한 이민 역사를 자랑스러워 하지만 주민안전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국토안보부가 시리아 난민의 미국수용 절차를 완벽하게 검토하기 전까지 주내 난민 정착을 불허하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경선후보인 오하이오의 존 케이식 주지사는 주내 정착을 거부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시리아 난민들을 오하이오주에는 보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오바마 이민행정명령을 법적소송으로 제동을 거는 데 앞장선 텍사스주의 그렉 애버트 주지사는 오바마 행정부의 난민 정책 자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플로리다주의 릭 스캇 주지사는 자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맥코넬 상원대표 등 공화당지도부에 "연방정부의 강요를 주정부가 막을 권한이 부족하다면서 연방의회에서 법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중심으로 한 공화당 의회 지도부는 공화당 주지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19일(현지시간) 시리아 난민 수용 금지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하원서 '시리아 난민수용 중단' 법안 통과
미 하원은 정부의 3개 핵심 부처가 난민 프로그램이 테러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인증할 때까지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을 허용하지 못하도록 중단시키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89, 반대 137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승인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연방상원의 60표 장벽까지 넘어 최종 법제화될지는 아직 불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해리 리드 상원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46명의 상원의원이 합심해 시리아 난민 중단 법안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공표했다.
따라서 공화당 상원의원 54명에다가 민주당 상원의원 6명을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그리 녹록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비미국적인 일" 난민 수용 강행
오바마 대통령은 "난민들의 면전에서 문을 세차게 닫는 것은 미국 가치를 배반하는 일"이라면서 공화당의 시도를 성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난민 심사를 더욱 강화해 시리아를 포함한 각국 출신 난민들을 더 받아들이겠다"며 난민수용을 강행할 것임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의 2016 회계연도에 시리아 난민을 1만명 이상 수용하겠다고 발표해 놓은 상태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 회계연도에 7만명으로 정해져 있던 난민 수용 규모를 10월 1일 시작한 2016 회계연도에는 8만5000명으로 1만5000명 늘렸다. 또 2017년도에는 3만명 증가한 10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체 규모가 늘어나는 부분은 대부분 시리아 난민들을 더 받아들이는 데 쓰일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전체 난민 수용 규모를 8만5000명으로 확대한 현 회계연도에는 시리아 난민들을 최대 1만명에서 1만5000명을 수용하게 되고 10만명으로 늘리면 3만명 정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과 난민 구호단체들은 미국이 시리아 난민들만 해도 한해에 6만5000명에서 10만명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어 이번 파리 테러를 계기로 중단까지 요구하고 있는 공화당과 정면 대치하고 있다.
-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IS 격퇴 위한 미·불·러 삼각연대 '선택의 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