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재앙의 고리를 끊자 ②

건설현장 산재, 겨울철에도 많아

2015-12-02 11:29:25 게재

매년 4천명 이상 재해 당하고 100여명 사망

장년층 재해율 높고 '떨어짐' 사고 많아

지난해 발생한 9만 건이 넘는 산업재해 가운데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제조업과 건설업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산재 사망자를 기준으로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건설업이 가장 높고, 다음이 제조업, 서비스업 순이다. 건설현장의 산재는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건설업 산재 사망자는 모두 486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계절적 요인은 어떨까. 흔히 날씨가 추워지는 동절기(12월~2월)에는 건설현장 재해가 줄어들 것으로 보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되레 추위가 오기 전에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서두르는 과정에서 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

뿐만 아니라 실내 작업에 따른 화재, 폭발, 질식이나 방동제(건설현장 부동액) 음용사고, 붕괴사고 등 다른 계절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요인들도 수두룩하다. 재해는 계절을 가려서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소규모 현장, 장년층 재해 많아 =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동절기 건설현장 재해자는 매년 4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연간 1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동절기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재해자는 모두 1만 3284명으로 같은 기간 건설업 전체 재해자(7만 618명)의 18.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년간 동절기 건설현장 사망자는 339명으로 같은 기간 건설업 전체 산재 사망자의 21.9%를 차지했다.

형태별로는 '떨어짐' 재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절기 건설현장에서 '떨어짐' 재해자가 1637명 발생해 49명이 사망했다. 다음이 '넘어짐' 재해자 754명이 발생해 1명이 사망했고, 그 뒤를 '물체에 맞음' '부딪힘' '절단, 베임, 찔림' '끼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공사규모별로는 120억 미만의 현장에서 가장 많은 재해자인 4055명이 발생해 85.4%를 차지했다. 대부분 재해가 중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규모 현장일수록 재해 발생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50대 재해자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60대와 40대 순으로 많았다. 특히 50대와 60대 재해자는 3081명으로 집계돼 장년층 근로자의 재해가 전체 동절기 재해의 절반을 훨씬 넘어서는 65.0%를 기록했다.

"공사 참여하는 모든 사람 공동책임" = 그렇다면 동절기 건설현장에는 어떤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을까. 우선 화재나 폭발위험이 있다. 실내 작업이 많다보니 난방기구나 전열기구 과열로 인한 화재나 현장에서 피우던 불이 다른 장소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 용접이나 그라인딩, 절단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불티가 화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4월 국제교육원청사 현장에서 용접작업 중 발생한 불티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동절기에는 질식사고도 잦다. 특히 갈탄연료를 사용하는 콘크리트 보온양생 작업장은 갈탄이 타면서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질식위험이 매우 높다.

지난 2월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도 갈탄연료 연소시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의해 1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일산화탄소는 색깔과 냄새가 없는 유해가스여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갈탄보온양생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산소와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공기호흡기 등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방동제(건설현장 부동액) 음용 중독사고도 동절기 건설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위험요인이다.

방동제는 무색 무취 무향의 투명한 액체여서 자칫 식수로 오인해 마시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충남 태안의 사택 건립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페트병에 담아놓은 방동제를 물로 착각해 마신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방동제 용기에는 반드시 경고표지를 부착해야 하고, 식수에는 '마시는 물'이라는 표시를 해 구분해야 한다.

이밖에도 동절기에는 폭설이나 강풍 또는 결빙에 의한 재해나 거푸집 등이 무너지는 붕괴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원정훈 충북대 안정공학과 교수는 "동절기에 토목공사는 줄어들지만 건축은 상관없이 진행한다"면서 "추우니까 행동은 둔해지고 빨리 끝내려고 서두르다보면 오히려 재해가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만 강조하다보면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이 사업주나 발주자의 책임이 옅어진다는 점이다.

원 교수는 "영국의 건설 재해율은 우리의 12분의 1정도인데 이는 산재에 대해 건설사뿐만 아니라 의뢰자(발주자)의 책임도 묻기 때문"이라며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근로자 안전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강조했다.

['산업재해, 재앙의 고리를 끊자'연재기사]
- ① "제조·건설업 위주 예방으론 한계" 2015-12-01
- ② 건설현장 산재, 겨울철에도 많아 2015-12-02
- ③ 하청 노동 '위험의 외주화' 급증 2015-12-03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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