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엽1동주민자치센터 ‘꽃그림그리기’ 동아리

그냥 보아도 예쁜 꽃, 자세히 보니 더 예쁘네요~

2015-12-31 04:53:37 게재

지난 12월 15일~21일 정발산동 전통찻집 ‘뜰안에차’에서 보태니컬 아트(식물세밀화)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의 주인공은 매주 화요일 주엽1동주민자치센터 ‘꽃그림그리기’ 강좌에서 보태니컬 아트(식물세밀화)를 함께 공부하고 있는 13명의 주부들. 그들의 ‘꽃그림’ 예찬론을 들어보았다.



꽃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어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인순희 강사는 주엽1동주민자치센터 뿐만 아니라 화정동, 정발산동, 농협하나로 문화센터 등에서 보태니컬 아트를 지도하고 있다. 인 강사는 “식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통해 예술로 승화시킨 ‘보태니컬 아트’는 초보자가 쉽게 접하기 힘든 작업처럼 느껴지지만 꽃을 좋아하고 끈기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한다. 사진처럼 정밀한 그림에 ‘할 수 있을까’ 멈칫거리게 되지만,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고. 보고 그대로 그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또한 같은 꽃을 그려도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느낌의 그림이 나오는 것도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이라고. 또 입문부터 전문가 과정까지 시간과 열정만 투자하면 누구라도 할 수 있도록 교육 커리큘럼도 잘 짜여있어 취미를 넘어 강사나 작가로도 도전해볼 만하다고 한다.
주엽1동주민자치센터 ‘꽃그림 그리기’ 수업은 초, 중, 고급 과정이 따로 없이 분기마다 수강생을 모집한다. 이곳의 강좌가 시작된 지 이제 1년 여, 아직은 교본을 보고 그리는 모작(模作)을 하고 있지만 곧 실력이 늘면 실제 꽃을 보고 그리는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몰입하다보면 잡다한 일상사 다 잊어버려요~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을 꼽으라면 사진처럼 세밀하고 정교하면서도 사진에 담지 못하는 식물과의 교감, 그 따뜻한 정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상에 꽃과 나무 등 식물은 무궁무진해서 어디를 가도 색연필과 화지만 있으면 그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또 똑같은 식물을 그리더라도 그때의 감정에 따라, 또 그리는 사람의 선 하나 음영 하나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 똑같은 그림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매력이다.
인순희 강사는 “다른 그림 작업처럼 넓은 공간도 필요하지 않고 준비물도 초기에 72색 정도의 색연필과 화지만 있으면 가능하니 주부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요”라고 추천한다. “처음에 준비물을 갖추면 나중에 필요한 색연필을 낱개로 구입하면 되고요. 무엇보다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보태니컬 아트의 매력”이라고 추천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과 친해지게 되고 또 자연을 바라보는 혜안이 깊어져 그림에 원숙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보통 일주일 정도 걸려요. 그동안 계속 그 식물을 들여다보면서 작업을 하죠. 그런 상태가 몰입, 무아지경이 아닐까요. 그림을 그리다보면 마음을 어지럽히던 일들도 치유가 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라는 수강생들은 한 번 스케치북을 잡고 앉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들어 가족들에게 잔소리도 덜 하게 된다고 웃는다.
백창이씨는 “꽃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보니 관찰력도 느는 것 같아요. 그동안 몰랐던 꽃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고 아직 미숙하지만 내 그림이 전시된 걸 보니 스케치북에서 느끼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라고 한다. 반장을 맡고 있는 여선구씨는 이번엔 수강생들 중에서 13명이 조촐하게 전시회를 가졌지만 열심히 더 배우고 실력을 키워서 매년 수강생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전한다.

미니인터뷰

저는 그동안 춤이며 노래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했었어요. 그런데 늘 마음 속 한 구석 그림에 대한 로망이 있었죠. 그림 잘 그리는 이들에게 대한 선망 같은 것 말이에요. 처음엔 나이가 나이인 만큼 꽃그림그리기 강좌에 수강신청을 하기도 좀 망설여졌어요. 이 나이에 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첫 시간에 줄긋기부터 시작하는데 가슴이 떨리더라고요. 이제 배운 지 3개월 정도 됐지만 시작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을까 할 정도로 푹 빠져 있어요. -김윤자(74)씨


꽃을 세밀하게 그리기 위해 수없이 그것을 들여다보고 관찰하다보면 가시조차 예뻐 보여요.  꽃그림을 배우고 나서는 길가의 이름 모를 야생화 한 송이도 정말 하찮은 꽃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식물은 볼수록 모두 어여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되지요. 꽃그림은 한 번 잡으면 몇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게 훌쩍 가버려서 힐링에는 최고예요. 스트레스가 쌓였다가도 몰입하다보면 어느 새 다 잊게 되거든요. -여선구(49)씨


저 또한 그림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하지만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꽃그림 강좌가 있다기에 용기를 냈죠. 보태니컬 아트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하지만 완성하고 나면 그 성취감은 말로 할 수 없어요. 스케치북에 하나씩 꽃그림이 늘어날 때마다 조금씩 실력이 느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요. 우리들만의 작은 전시회지만 벽에 걸린 그림을 보니 내년 전시회에 욕심이 생겨요.(웃음) -백창이(58)씨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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