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기간제법 대신 파견법 받아달라" 요구에

노동계 "재벌 불법파견 면제부"

2016-01-14 13:33:17 게재

고용부 "노동개혁 위한 정치적 결단" … 법 개정은 미지수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대국민담화에서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을 받아들여 달라"고 밝힌 것에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박 대통령이 기간제법을 빼고 파견법을 선택한 이유를 재벌과 대기업이 가장 원하는 것이 파견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파견법 개정은 현대차 등 재벌기업의 숙원 과제였다"면서 "파견법을 받아들이란 것은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재계 요구를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도 "노동 5대 악법을 통째로 통과시키기 힘들어지자 자본의 요구가 기간제법보다 더 높은 파견법 개악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당장 불법파견 비판도 잠재우고 장기적으로 제조업의 저임금, 고용유연화 기반을 확대하려고 의도"라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10대 재벌의 사내하청 규모가 40만명에 이르는데 파견법이 개정되면 현대차를 비롯한 대기업의 골칫거리인 불법파견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며 "뿌리산업 파견 허용은 특히 대기업이 하청업체를 통해 파견이 금지돼 있는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 파견 노동자를 쓸 수 있는 우회로를 열어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파견법은 재취업이 어려운 중장년에게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중장년 일자리법이고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는 법"이라며 "파견을 막는 것은 중소기업을 사지로 모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전에 (내용을) 몰랐고 대통령 담화를 듣고서야 알았다"며 "대통령의 노동개혁 4법 제안은 노동개혁 법안 통과의 절박성을 고려한 정치적 결단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고용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야당과 노동계가 그동안 기간제법, 파견법을 배제한 분리입법을 주장해 왔다"며 "대통령께서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야당과 노동계의 입장을 일부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인 1998년에 만들어졌다. 이 법은 행정·운전·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근로를 허용한다.

파견근로는 노동자를 고용한 사장(파견업체)과 일을 시키는 사장(사용자)이 다르다. 사용자가 파견업체의 노동자를 받아 일을 시키는 간접고용이다. 현행 파견법은 제조업 등 대부분 업종에서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직접고용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업 현장에선 이미 사내 하청을 위장한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다.

정부는 이번에 파견 범위를 대폭 확대하려는 것이다. '55살 이상 고령자'와 '전문직 종사 고소득자'의 파견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특히 그동안 파견이 금지됐던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까지 파견을 허용하려 한다.

한편, 고용부는 한국노총에 16일부터 1박2일간 저평가자 해고와 취업지침 변경 완화 등 양대지침 워크숍을 열자고 제안했으나 한국노총은 명분쌓기용으로 보고 불참할 예정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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