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처음처럼

우리 사회 참된 스승 신영복의 정신

2016-02-26 09:57:47 게재
신영복 글·그림 / 돌베개 / 1만4000원

"한 사람이 일생을 평가하는 데 여러 가지 기준이 있을 거예요. 그 사람이 세속적 가치에서 얼마나 뭘 이뤄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인생에 시대가 얼마나 들어와 있는가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시대를 정직하게 호흡하고, 시대의 아픔에 함께 하는 삶,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신영복 선생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 사회의 참된 스승으로 남은 선생의 저서 '처음처럼'이 재출간됐다. 그가 지켜온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이다.

'처음처럼'은 선생이 쓰고 그린 글과 그림 가운데 고갱이들을 가려 모은 잠언집으로 선생 평생의 사상이 압축돼 있다.

부제 '신영복의 언약'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선생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言)과 약속(約)이다. 삶의 현장에 뿌리를 내린 글과 그림을 통해 독자들에게 굳세게 지금의 '처음'을 잘 버티고 이겨 나가라고 어깨를 다독인다.

이 책은 '신영복의 서화 에세이'라는 부제로 지난 2007년 출간된 바 있다. 10년 가까이 지나 새로 펴낸 개정신판은 내용과 구성에서 많은 변화를 꾀했다. 초판본과 비교하면 90편 가까이 새로운 원고가 추가됐다. 특히 병상에서 선생이 직접 새로 추리고 수정, 보완해 건네준 원고를 바탕으로 꾸며 더욱 의미 있다.

개정신판에는 초판본에는 실리지 않은 선생의 감옥에서의 일화들이 대거 담겼다. 선생의 주요 사상인 관계론, 연대와 공동체에 대한 호소, 현재 한국 사회의 삶에 대한 연민과 해법도 함께 담긴 것은 물론이다.

또 돌베개는 선생의 자취를 기리기 위해 초판에 한해 '청년 신영복'의 육필 산문 '청구회 추억' 영인본을 만들어 독자들과 공유한다.

선생은 이 세상에 없으되 그의 책을 통해서나마 독자들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법하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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