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지금은 대화할 시기 아니다"

2016-03-17 10:43:11 게재

외교 당국자 거듭 확인

"(북한이) 협박하면서 대화하자면 진정성 없어"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분위기와는 별개로 북한과 미국 사이에 평화협정 논의가 주요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가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16일 출입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사람 사이에도 진정성이 느껴져야 하는데 온갖 협박하는데 (대화를 하자는 것은) 진정성 있는 태도라고 볼 수 없다"면서 "(대화를 하자는) 저의가 뻔하다는 걸 미국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논의를 하자하면 논의하는데 '당장 너희가 해야 할 것들을 먼저 해라' '비핵화 먼저 해야지' 그런 얘기를 여러 형태로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관료들이 표현한 단어을 통해서도 그 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케리 국무장관의 경우 'ultimately'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것은 제일 마지막 순간에 얘기할 수 있는 것이고, 러셀 차관보는 'priority'가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해 '비핵화 우선'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대안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 당국자는 미국의 기본전략은 첫째 억제(deterrence), 둘째 압박(pressure), 셋째 대화(dialogue)라고 설명한 뒤 "북한은 굉장히 호전적이기 때문에 디터런스(억제)가 우선"이라며 "지금은 대화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는 중국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논의 제안과 평화협정을 둘러싼 북미간 물밑논의 등과는 달리 제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우리정부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처럼 제재에만 올인하고 출구전략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다가올지 모르는 대화국면에서 소외돼 아웃사이더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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