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거주 김정수·박성희 부부의 재외투표 참가기
"민주주의는 시민의 땀을 먹고 자랍니다"
5분 투표하러 밴쿠버까지 왕복 10시간 기꺼이 투자
4일 종료된 재외투표율 41.4% … 19대보다 투표참여수 13%↑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 빅토리아 아일랜드에 사는 김정수(51) 박성희(47) 부부는 새벽부터 분주했다. 이날 부부는 밴쿠버로 재외투표를 하러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아일랜드에서 주 밴쿠버 총영사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간단치 않았다.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항구에 도착한 뒤 페리를 타고 밴쿠버에 도착한 두 사람은 다시 밴쿠버 츠왓슨항에서 버스와 스카이 트레인을 갈아타고 투표장이 설치돼 있는 총영사관까지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렇게 투표장에 도착하니 벌써 점심때가 됐다. 편도 5시간, 왕복 10시간이 넘게 걸린 대장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선거인 명부 확인하고, 투표까지 마치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더구나 재외투표를 하기 위해 지난 2월 13일 재외선거인 등록을 미리 했고, 한 달 이상을 더 기다린 뒤에 얻게 된 투표권이다. 단 5분을 위해 한 달 이상 기다리고, 당일 날에는 10시간 이상을 투자한 셈이다. 아쉬움에 인증샷도 남겼다.
투표를 마친 뒤 김씨는 "그 짧은 과정을 위해 먼 길을 왔으니 뿌듯하기도 했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려니 허무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투표는 아내와 나에게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함께 했던 긴여정을 큰 추억으로 남길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캐나다에 거주한 지 7년이 되는 이 부부는 그동안 아내 성희씨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가한 반면, 남편 정수씨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투표를 하지 못했다. 이번 재외투표가 부부에게 더욱 각별한 이유다. 간만에 대도시로 나간 김에 식사도 하고, 간단한 볼일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열다섯시간이 넘었다. 정수씨는 "어스름 녘에 집을 나가 투표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열다섯시간의 긴 여정 끝에 하늘을 보니, 어스름한 새벽하늘을 지켰던 그 달이 여전히 캄캄한 밤하늘을 지키고 있었다"고 표현했다.
정수씨는 이번 여정에 대해 "추억이 함께하는 기억이라면, 이번 여정은 아내와 내가 그동안 실현하지 못했던 시민으로서의 추억 만들기라는 큰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이기도 했다"면서 "그동안 아내가 투표를 위해 동사무소로 향하던 골목길과 오늘 아내와 내가 다녀온 뱃길에서 민주주의가 땀 한 방울이라도 잘 먹고 자라길 기원해 본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투표 참가기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민주주의는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지는 않지만 피만 편식하지도 않는다. 때론 시민들의 소소한 땀도 먹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4일까지 6일 동안 113개국 198개 재외투표소에서 실시된 재외투표에 유권자 15만4217명 중 6만3797명이 참여해 41.4%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 19대 총선 재외투표자수 5만 6456명에 비해 7341명(13%)가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