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출자는 적자 은폐하려는 정부 분식회계"
2016-05-03 10:37:47 게재
경실련 긴급토론 … 경제전문가들 강하게 비판
사양산업에 공적자금 투입하면 재정낭비 귀결
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주최한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낡은 구조조정 방식을 되풀이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식을 재검토하고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까지 포함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국은행이 국책은행에 추가로 출자하는 등 한국판 양적완화가 검토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정부의 분식회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회에 나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구조조정의 원칙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사양사업에 속한 기업들에 구조조정 명목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재정 낭비로 귀결된다. 사양산업이 아닌 산업에는 더더욱 공적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면서 "결국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기업의 도산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전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구조조정의 핵심은 실업대책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대책에 실업 대책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기업회생용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그 돈을 실업대책 및 지역경제 안정화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면서 "노키아에서 시행했던 브리짓 프로그램과 유사한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박 교수는 "국책은행 출자는 재정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차입한 후 출자하는 것이 정도"라면서 "한은이 국책은행에 출자하도록 하는 것은 재정 적자를 은폐하기 위한 정부의 분식회계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는 "그동안 정부와 국책은행들이 산업에 대한 감시감독을 제대로 못한 부분이 있는데 엉뚱하게 한은에 뒷처리를 하라고 하는 셈"이라면서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분위기를 모는 식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윤 전 교수는 "예전 외환위기 때에는 경제위기였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위기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고 하면서 개별기업과 개별산업에 돈을 풀겠다는 것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
하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운조선업을 지원하지 않으면 당장 문 닫아야 할 것처럼 구조조정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는데 정작 정확한 상황판단의 근거는 제시되고 있지 않다"면서 "만약 정부가 산업전망을 판단해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거라면 어떤 근거에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그리고 그런 판단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 등등이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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