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믹스(Gigonomics·대체근로 중심 경제)' … 맞춤형 노동시장 불렀다

2016-06-03 11:19:53 게재

블룸버그 "미 신규일자리 다 대체근로"

"기술발전으로 정규직중심 반전 불가"

"안정적 미래는 잊어라. 지금 직업도 안전하다고 여기지 말라."

평생직장 시대가 지나간 지 오래. 최근 미국 노동시장의 급변화가 일자리를 구하려 애쓰는 많은 이들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 전했다.
미 상무부가 올 1월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개최한 '군인을 위한 구인구직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이력서 안내사항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구직자들은 일반적인 일자리라고 볼 수 없는 땜빵자리도 마다않을 태세다. 우버(Uber)택시는 이같은 대체근로의 대명사다. 이제는 그래픽디자인이나 호출형 근로계약 기술직, 파견 공장노동직 등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이같은 대체근로 범주에 속하나. 하버드대 로렌스 캐츠 교수와 프린스턴대 앨런 크루거 공동연구에 따르면 모든 일자리가 대체근로에 해당된다. 그게 아니면 적어도 2005년 이후 미국에서 창출된 900만개 이상 신규 일자리는 모두 대체근로다.

이는 올해 미국 대선과정에서 표출된 유권자의 분노를 설명해준다. 현재의 미국 경제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많은 미국인들은 새로운 경제가 내세우는 고용유연성 개념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유연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유연한 일자리는 임금이 낮고 복지혜택은 없다.


캐츠 교수는 "대체근로에 내몰린 이들은 점차 불안을 느끼고, 결국 대부분은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며 "특히 중하위 소득 노동자들의 경우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지만, 그같은 직장에서는 오히려 기존 직원들조차 외주화하기를 원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5% 안팎을 기록,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다른 자료는 도널드 트럼프나 버니 샌더스 등 대선후보들이 불만을 터뜨릴 정도로 좋지 않다. 예를 들어 임금상승은 미미했고, 노동참가율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주 하버드대 맨큐 교수와 대담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재닛 옐런 의장조차 "시간제 노동자가 너무 많다"며 "정규직 일자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의 회복기간 동안 생긴 커다란 균열이다.

캐츠와 크루거는 지난 4월말 대체근로의 유형을 △독립계약자 △파견계약직 △호출형 근로계약자 △임시돌봄서비스직 등 4가지로 나눠 분석을 시도했다. 미 정부의 경우 2005년 이후 세분화된 노동력 분석을 중단했다.

캐츠와 크루거 논문에 따르면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대체노동 범주에 속한 노동자들은 전통적 고용관계의 노동자에 비해 임금과 노동시간 모두 적었다.

미 오하이오주 에이번시에 사는 35세 게이브씨는 지난해 자동차조립공장 파견직 일자리를 얻었다. 원래 지방대 정규직 직원이었다 정리해고된 게이브씨는 조립공으로 일하며 시간당 12달러를 받는다. 기초수당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게이브씨는 블룸버그에 "나같은 임시직의 경우 여러가지 풍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임금이 올라간다든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든지 하는 소문이 있었지만 결국 현실화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게이브씨를 포함한 60명의 시간제노동자 동료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회사측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회사측과 정규직 전환 조건에 대해 협상중"이라며 "임금인상과 복지수당, 연월차 등을 보장하라는 것이 우리들의 요구조건"이라고 말했다.

캐츠와 크루거 논문에 따르면 대체근로 가운데 독립계약자의 만족도가 84%로, 가장 높았다.

의상스타일리스트인 34세 다이너씨는 프리랜서 8년차다. 그는 일자리매칭 사이트인 '썸택'(Thumbtack)을 통해 고객을 확보한다. 금융사인 아메리카익스프레스도 그의 고객사 중 한 곳이다. 다이너씨는 "누구의 명령을 들을 필요 없이 내 맘대로 시간을 분배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있다. 업무홍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데다 다음에 어떤 일이 주어져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이너 씨는 "홀로 사업을 꾸려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 말했다.

호출형 근로계약자들은 현재 처지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처지별로 의견이 크게 달랐다. 임시돌봄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노동자 3/4 정도는 정규직을 선호했다.

캐츠와 크루거는 이같은 일자리 변화의 원인에 대해 "금융위기는 일시적인 요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경제가 완전히 회복된다 해도, 정규직이 대세였던 과거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들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이 계약을 통한 업무외주화를 쉽고 저렴하게 시행하게 된다면, 이는 되돌리기 어려운 시대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기술이 노동시장 전환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프리랜서 전문가들을 위한 백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MBO파트너스(MBO Partners) 대표 진 자이노는 "지난 수년간 변화의 경계에 서 있기만 했는데, 지금은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는 걸 직접 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MBO파트너스 회원수는 5만명이 넘는다. 대개는 지식노동에 종사하는 독립계약자들이다. 자이노 대표는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회사들이 장기 고용계약을 맺는 데 주저하고 있다"며 "반면 기술적 발전으로 유능한 노동력과 언제 어디서든 계약했다 해지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이 대체근로를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대체근로의 증가상황을 보면서 '고용주와 노동자간 균형이 깨졌다'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너무 쉬운 결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