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살인 끊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본격 논의

2016-06-23 10:51:52 게재

야당 중심 법안 발의 활발 … "안전 등한시하는 기업문화로 수익 얻는다면 강력 처벌해야"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사태 등 대형 참사가 이어지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대 국회 때 발의됐다가 폐기됐던 관련 법안들이 20대 국회 들어 속속 재발의되는가 하면 시민사회의 논의도 활발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20대 국회 우선 과제 중 하나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올렸고, 국회의원들은 각종 토론회를 열어 입법 내용을 다듬고 있다.

◆사고 나면 몸통 놔두고 '깃털'만 처벌 = 23일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토론회에서는 왜 이런 법이 필요한지에 대한 주장이 잇따랐다.

발제를 맡은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재해사고가 발생하면 하급직 노동자나 중간관리자를 처벌하는 수준에서 형사처벌이 마무리됐다"면서 "이는 기업에 대해 안전의무를 준수하도록 압박하는 효과적인 정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건의 경우 기소된 21명 중 가장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은 리조트 사업본부장이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가스누출 사고에서는 부사장급 생산본부장이 기소된 사람들 중 가장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었다.

법인에 대한 처벌 역시 미미하다.예를 들어 세월호의 선사였던 청해진해운은 마땅히 죄를 물을 수 있는 근거 법률이 없어 선박기름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비판받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 역시 처벌받는다 해도 거짓광고를 한 기업에게 적용되는 법률에 따라 고작 벌금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안전을 등한시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의 문화 내지 조직구조가 일상화되어 있다면 그로 인한 수익이 귀속되는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현행법 체계에서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영국, 대형선박 참사 후 기업살인법 도입 = 해외에서는 이미 중대재해를 야기한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제도를 구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장 자주 거론되는 영국은 2007년 기업살인법(The 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을 도입한 바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기업의 중대한 과실 또는 주의의무 위반으로 발생하는 중대 사망사건의 경우 기업에 대해 △상한없는 벌금 △피해자에 대한 구제명령 △피의사실 공표명령 등 독자적인 형사적·행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영국이 기업살인법을 제정하게 된 것은 1987년 대형선박과 관련한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보조갑판장이 선수문을 닫지 않은 채로 항해를 했고 결국 192명의 승객과 선원이 사망하는 대형참사로 연결됐다.

호주와 캐나다 등에서도 재해를 야기한 기업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재해기업에 영업정지 가능하도록 = 국내에서도 같은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거나 현재 검토되고 있다.

이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가 소개한 법안 초안을 보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법인에게도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영업정지 등의 제재도 가능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9대 국회에 이어 '산업재해 기업살인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기업의 법적 책임 조항을 분명히 하고, 근로자 사망 시 가중처벌 및 3배의 배상을 하도록 강력한 재발 방지 조항을 도입했다. 그 외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 의원 등도 기업살인법 발의를 검토중이다.

 

[관련기사]
- 기업살인법 제정 논의 물살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