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자율, 재원지원 방식 바꿔야"

2016-06-24 10:33:08 게재

대학교육협 총장세미나 … "국가장학금 빼면 정부예산서 고등교육투자 비중도 감소"

2018년까지 고등교육재정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약속이 지켜지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3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미래를 대비하는 대학재정의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국립대 재정의 쟁점과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최일 목포대 총장과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실질 고등교육예산이 명목상으로는 증가했지만, 이는 반값등록금 정책에 따른 국가장학금 지원 규모가 늘어난 결과일 뿐"이라면서 "이를 제외하면 GDP 대비 고등교육재정은 열악한 수준이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원 중 GDP 대비 민간부담 비율은 1.5%로 OECD 평균(0.4%)에 비해 높았다. 이에 반해 정부부담 비율은 0.8%로 OECD 평균(1.2%) 보다 낮았으며 학생복지성격의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고등교육 재정규모는 0.47%에 불과했다. 특히 정부예산 대비 고등교육 투자비 비중도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2010년 1.82%에서 2014년 1.73%로 감소했다.

이들은 또 국립대의 경우 등록금 동결과 인하, 입학정원에 따른 등록금 수입 감소로 재정여건이 악화됐고 대학재정운영을 위한 필수 경상경비에 대한 국가 지원 부족으로 지출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5년 제정된 '국립대학의 회계설치 및 재정운영에 관한 법률'에 국가의 국립대학 재정 지원 내용이 있지만 강제 조항이 아니라 임의조항인 탓에 안정적 재원 확보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가의 국립대 재정지원 조항을 강제화하고 대학재정 확대와 안정화를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필수 경상경비를 전액 지원할 수 있도록 국립대학지원특별법을 제정할 것과 국립대 맞춤형 재정지원사업도 확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립대 총장들도 지난 7년간 계속된 등록금 동결과 인하로 재정적 어려움이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육대 김성익 총장과 영남대 김병주 교수는 '사립대학교 재정 상황의 분석과 대안 모색' 발제에서 현행 정부 대학재정 지원의 구조적 문제로 국가장학금으로 인한 대학재정 총량 규모의 감소, 사업단 지원방식에 따른 재정지원 등을 들었다. 특히 평가를 통해 사업별로 재정을 지원하는 체제에 대해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간접적인 통제라는 인식이 강하고 이에 대한 대학 내 정책저항도 사실"이라고 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의 국가장학금과 같은 무상지원 방식보다는 장기적으로는 든든학자금 같은 지원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사립대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사립대 학생도 국립대 학생과 똑같은 국민인 만큼 국민의 교육권 보호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에 사립대학에 대한 명시적 지원 규정을 마련할 것과 국고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대에 대해서는 등록금 인상 등을 간섭하지 않는 식의 자율대학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대교협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등록금 책정의 자율성을 존중할 것과 개별사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재정지원 방식을 총괄지원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담은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건의문은 "이제는 등록금 책정 자율성이 존중돼야 하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같은 법적 기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개별사업에 선정된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는 방식에서 기본 요건을 갖춘 대학에 일정 수준의 재정을 지원해주는 총괄지원 방식을 도입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 중심 지원방식을 병행 운영하는 체제로 개편할 것을 건의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대학의 특성과 자율성 존중을 기반으로 지역별·대학특성별 발전 전략과 상황에 적합한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향진 대교협 회장(제주대 총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대학들은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대학구조개혁에 동참하고 있으나 더 이상 자체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했다"며 "대학들이 이를 극복하고 고등교육의 새로운 질적 도약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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