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토론하고 질문하는 융합수업, 미래 삶 설계하는 진짜 실력 "

2016-07-25 10:53:32 게재

자유학기제, 한국 미래교육 패러다임 변화 중심 … 대학, 창의력·나눔과 배려·융합적 인재 요구

올해 2학기부터 전국 3157개(98.2%)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 그동안 시범학교와 연구학교, 희망학교를 거치면서 크고 작은 성과를 냈다. 결론은 학생이 교실의 ‘주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토론하고 질문하다 수업시간이 끝나버렸다”는 학생들의 즐거운 비명도 나온다. 학생들은 학교생활이 즐거운 반면, 교사들은 새로운 수업 준비에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대구의 경우 이미 자유학기제를 넘어 ‘자유학년제’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자유학기제가 한 한기 동안 시험을 치르지 않는 ‘자유의 시간’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성과와 개선점, 대한민국 미래 교육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이준식 사회부총리를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가장 큰 변화는 학생이 교실의 ‘주인’으로 자리매김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준식 사회부총리 말이다. 대한민국 교육이 수십년간 성과중심, 강의식 교육을 하면서 나타난 폐단을 극복하는 과정이 자유학기제라고 덧붙였다.
“자유학기제 성공 여부는 교육주체인 교사와 학생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장, 교사들이 어떻게 준비해서 운영하는가에 승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성공신화를 일궈낸 교사들의 사례와 철학이 일반 학교에서도 발휘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발문>

-.자유학기제가 한국 교육시장과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지금 한국은 기존의 성적·경쟁 위주의 추격형 인재양성교육에서, 미래 사회를 대비한 인재양성교육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한 학기 시험을 치르지 않아서 자유학기제가 아니다. 획일적인 주입식 강의수업에서 벗어나, ‘토론하고 질문하는 수업’으로 바뀌고 있다.

20여년 동안 한국교육 대표를 자칭한 ‘5.31교육개혁’을 대신하는 게 자유학기제라고 보면 된다. 미래교육 비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5.31교육개혁에는 ‘성과와 그늘’이 공존한 반면, 자유학기제는 창의력과 배려, 융합교육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피사)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학력 우수 평가를 받았지만, 개인과 사회의 역량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경쟁교육은 많은 사회문제를 양산했다. 이제 속도나 효율성보다 더불어 사는 교육을 해야 한다.

수학수업


따라서 자유학기제는 수업방식, 평가방식을 모두 바꾸고 있다. 수업의 질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높여 공교육을 살리자는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일반 학기와 연계하는 수업을 개발 운영중이다. 이를 통해 ‘자유학기제 절벽효과’를 충분히 극복하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학교폭력이나 교육에 대한 불신을 줄이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당연히 자유학기제 몫이라 생각한다. 학교 부적응을 해소하기 위해 양질의 교원연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학교현장에서 ‘조용하던 교실이 살아났다’, ‘졸거나 잠자는 아이가 없다’는 변화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이 강요가 아닌 스스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증거다.

-.자유학기제 전면시행에 따른 어려움과 해결 방안은

시범운영이나 연구학교와 달리 전면 시행 첫 해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도 나온다.
전체 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변화된 교실수업이나 자유학기 활동 관련 정보제공과 학생 수요를 반영한 양질의 체험활동을 마련하고 있다. 학생 참여활동 중심의 교실수업이 진행되도록 교원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운영과정에서 나타는 작은 시행착오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큰 걱정과 고민은 성적 걱정에 빠져있는 일부 학부모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사는’ 교육은 도태할 것이다. 지금 학부모들이 고민하는 기준과 판단으로는 절대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 대학 선발 기준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면 시행을 앞두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교사들도 많다. 하지만, 한국 교육정책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숙명이다. 아이들을 믿고, 교사들이 스스로 뛰어난 역량과 열정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이미 ‘행복한 교육’이라는 달콤한 맛을 본 학생과 교사들이 후퇴하는 교육방식에 찬성하겠는가.

-.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자유학기제 시행 과정에서 ‘교육과정 변화와 인성’이 50%, ‘진로’ 가 30%, ‘폭력문제 등 부적응 해소’ 요구가 20%정도 나타났다. 이를 해결할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인데.

초기단계에서 한꺼번에 다 해소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유학기제 기간 이루어지는 토론수업, 실험, 참여형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나눔과 배려,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다. 별도로 추진하는 인성교육이 아니라, 교실수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내게 하는 것이다. 교사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정리해가는 힘을 기르고 있다.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나, 시범운영 결과에서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늘어나고 교우관계가 개선됐다는 점도 이를 반영하는 결과다. 만족도는 자유학기제 시행 후 학생은 3.87→4.04, 학부모는 3.92→4.09, 교원은 3.93→4.2로 늘었다. 학교폭력은 초교 3.8→2.1, 중학교 2.4→0.5, 고교0.9→0.3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사회가 학교로, 학교가 사회와 융합하는 교육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부처 산하기관 대학 사회단체가 자유학기제와 결합하는 것도 교육과 사회가 융합하는 새로운 정책이라고 보면 된다.

-.자유학기제 진로체험을 단순 이벤트로 보는 시선도 있다. ‘진로체험’이 교실수업 변화에 따른 실질적인 진로체득이 되어야 한다는 교사들의 지적인데.

진로체험이 당연히 교실수업 변화에 따른 실질적인 진로체험이 되어야 함에도, 그간 진로체험을 위한 기반체계가 취약했던 게 사실이다. 체험처 확보를 교사들의 몫으로 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진로체험 핵심은 불확정 미래사회에 대처할 순발력과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전면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체험처 확보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진행한 진로체험 버스나 지역 특화 시범사업을 통해 무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한, 원활한 진로체험을 위해 정부부처, 산하기관, 민간기업 등과 체험처 연결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전면시행 학교 수(3157개교) 기준으로 68.29%인 2151개교와 진로체험처 연결을 마쳤다. 나머지 31%는 2학기 전에 모두 확정할 계획이다. 프로그램도 총 5만9759건 중 90%가 넘는 5만4000여건을 확정했다. 지역간 격차 해소를 위해 농산어촌 학교를 대상으로 유수대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특색에 맞는 맞춤형 진로 특화프로그램도 이미 출발했다.

진로멘토링, 대학과 기업의 우수한 프로그램을 ‘찾아가는 농산어촌 진로체험버스’ 에 싣고 운영 중이다. 특히, 대구 순천 대전 등 9개 지역 45개 기관에서 진행하는 ‘지역 특화 프로그램’은 도시와 농산어촌 간 교육격차를 줄이는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형식적인 진로체험에서 벗어나 학생의 관심과 끼를 최대한 반영해, 미래 진로를 고민하는 ‘현장 체득형’ 수업으로 발전시켰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대구로, 자동차는 광주, 환경은 순천, 과학은 대전 등으로 분류해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각 분야 대한민국 최고의 실력자들이 학생들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이를 통해 양질의 진로체험이 행복한 미래사회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교실수업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결합시키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지속적 진로교육활동, 고교 및 대학진학과 연계한 학과 및 전공탐색활동, 상시적인 진로상담 연계활동, NIE 및 직업동영상 등을 활용, 꿈과 미래직업을 연결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진로체험은 다양한 현실 직업세계에서 미래의 직업을 꿈꾸는 과정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진로체험에 결합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자유학기제를 운영을 위한 프로그램 매뉴얼이나, 교사역량을 높이
는 방안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교사의 역량에 따른 교실수업과 평가에서 차이가 나지 않도록 교사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다. 우선, 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총론 및 신설과목을 포함한 교과별 선도교원 연수, 수업 탐구, 교사공동체 활동지원 등 단위학교의 자발적인 교실수업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새 교육과정과 관련, 다양한 수업과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학교와 학급 교과별 특성을 고려한 평가 자료와 평가기준안을 마련하고 있다.

-.결국 학부모들의 관심은 ‘학생부’에 있다. 자유학기제 활동이 학생부에 어떻게 기록되느냐다. 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안은 무엇인지

학생부가 고교나 대입 등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전형자료로 활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나 학급 간 편차가 없을 수 없다. 다만, 이를 최소화하고,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 구축중이다. 각 교육청별로 공정한 평가를 위한 교사 연수를 진행중이다. 핵심교원을 대상으로 ‘학생부 실무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2학기에는 현장교사들과 함께 수행평가 및 서술형 평가와 관련한 기재예시를 마련해 학교현장에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 자유학기제가 성공하려면 대학입시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안은 무엇인지

대입정책도 당연히 바꿔야 한다.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시스템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시험성적만 좋으면 모든 게 용서(?)되는 시대는 사라진다는 뜻이다. 성적순으로만 뽑힌 인재는 미래사회에서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도 융합과 소통능력을 우수한 리더 양성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불확정 미래사회에 대처할 인재를 뽑아 조직의 리더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대학은 스스로 변화의 길을 걸어야 한다.
학생이 주체가 되는 대학으로, 미래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학교 현장 변화에 맞춘 대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고려대 총장이 수능 이후 짧은 기간에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가 어렵다며 여름방학에 학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심층면접을 위해 여름방학 때 대입 면접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를 거친 현재 중학생들이 대학에 갈 때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과 더불어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선 학생들에게는 미래에 어떻게, 무엇을 하고 살 것이지 꿈꾸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 시기에 무엇이 되겠다는 결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더 많은 고민과 다양한 체험, 넓고 깊은 토론과 질문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부모님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자식 걱정하는 마음은 다 똑같다. 내 자식의 출발점은 다른 아이와 달라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았으면 한다. 대신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잘했으면’이 아니라, ‘내 아이가 행복했으면’하는 바람으로 지켜봐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린다. 과거의 잣대로 아이들을 재단하거나 현재의 지식과 가치에 아이들이 매몰되지 않게 도와주셨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께도 부탁드린다. 교육의 변화는 선생님의 인식 변화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새로운 시도에 낯설고 힘들다는 것 잘 이해한다. 자기역량을 시험하고 향상시키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교실수업 개선과 변화가 자유학기제 핵심인 만큼, 선생님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생님들의 노력이 대한민국 교육을 바꾸는 것이다. 당장 성과에 급급해하거나 조급해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 나타나는 작은 시행착오는 더 큰 교육, 더 완벽한 교육을 설계하는 밑거름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두려움을 떨쳐낸 결과는 ‘아이들이 교사를 신뢰하고 학교생활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 선생님들을 신뢰하며 무한 능력을 기대한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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