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물 건립은 지금에도 여전한 시대적 과제 푸는 계기”

2016-07-25 23:26:34 게재

[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임종국선생조형물건립추진위원회 이용길 추진위원장]

친일문제 연구의 선구자 임종국 선생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이 천안에 건립된다. 임종국선생조형물건립추진위원회(추진위원장 이용길. 이하 추진위)는 지난 9일 충남학생교육문화원에서 '임종국 선생 조형물 건립추진위원회 발족식'을 열었다. 이날 추진위는 "민족사 정립과 역사정의 실현을 위한 임종국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널리 알리기 위해 독립정신의 성지인 천안에 시민의 힘으로 기념조형물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형물 건립과 임종국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이용길 추진위원장에게 들었다.



-. 임종국 선생에 대해 소개한다면

임종국 선생은 친일 문제 연구의 선구자다. 1965년 굴욕적인 한일협정이 체결되자 1966년 「친일문학론」을 펴내어 일본제국주의의 실태를 낱낱이 알렸는데, 이 책은 당시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여러 분야로 연구를 확대해 수많은 역저를 내며 우리 사회에 친일 과거사에 대한 각성을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말년 천안시 삼룡동과 구성동에 은거해 필생의 과업인 「친일파총서」 편찬에 몰두했으나 1989년 지병으로 타계하셨다. 그 뜻을 민족문제연구소가 이어 2009년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했다.
지금 우리가 친일의 역사를 잊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임종국 선생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선생의 묘는 천안공원묘원 무학지구에 안장되었다.

-. 임종국 선생 조형물 건립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임종국 선생이 가졌던 ‘친일을 파헤치고 청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선생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역사적인 과제 및 인식과 맞닿아 있다. 해방 후 72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시대적 과제다. 남과 북이 신냉전시대로 가고 교과서가 국정화 되는 시점에 상기하고 각성해야 한다. 조형물 건립은 업적을 기리고 재평가하고 감사하는 의미를 넘어 선생의 방식과 생각으로 다시 한 번 현재를 점검하자는 의제가 모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친일 문제에 대해 이제 그만하면 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는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시각 자체가 문제 아닌가. 그러한 시각이야말로 친일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재의 사안임을 보여주는 근거다. 유럽은 어떠한가. 지금도 여죄를 끝까지 묻는다. 피할 수 없고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선생의 고독한 작업이 있었기에 거울로 삼아 이나마 친일 문제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현재 우리를 바라보는 거울로서 선생의 존재는 의미가 있다. 선생의 의미와 형상을 남겨야 하는 이유다.

-. 개인적으로 임종국 선생과 인연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인연인가

고등학교 시기까지는 문학을 좋아하던 고지식하고 외골수적인 청소년이었다. 졸업 후 1974년 우연히 친일문학론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존경하는 작가들의 친일 행적을 읽으며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이 과연 무엇인가 고민하게 됐다. 이후 관련된 책들을 읽다보니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가치들이 뒤바뀌더라. 살아온 모든 순간에 회의가 들며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후 선생이 천안에 거주하실 때 찾아 뵀다. 당시 책을 읽었을 때와 너무도 동일한 느낌에 깜짝 놀랐다. 앉아계신 뒤로 친일인명사전의 근간이 되었던 메모수첩 1만5000개 정도가 빼곡했다. 6개월 걸려 조선총독부 관보 10년치를 복사하고 매일신보를 일일이 필사하고, 동경재판기록문 경성재판기록문 등을 샅샅이 옮겨놓은 기록이었다.
이후 1998년 천안민주단체협의회 초대 의장을 맡으며 선생의 추모제를 지냈다. 1989년 돌아가시고 9년째인 1998년부터 안장된 천안공원묘지에서 추모제를 시작해 지금까지도 계속 해오고 있다. 

-. 9일 있는 기념조형물 발족식 분위기는 어땠나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함세웅 신부,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 장병하 회장,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임경화 유족 대표 등과 함께 천안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다. 선생은 고향이 창녕이고 활동은 주로 서울에서 하셨다. 천안은 말년에 집필을 하시고 묘역이 있는 인연이 있다. 혹시 조형물 건립 장소에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선생의 업적을 이야기하고 다시금 그 의미를 되새기자는 것에 공감이 이루어져 천안에 조형물을 건립하는 것에 모두 뜻을 함께해주었다.

-. 앞으로 조형물 건립까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일단 조형물 건립이 목표다. 시민의 힘으로 조형물을 건립할 계획으로 많은 분들의 추진위원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개인은 1만원 이상, 단체는 5만원 이상 후원을 받고 있으며 청소년은 금액에 상관없이 참여 가능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선생의 이름과 업적을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추진위원으로 참여하면 명판에 이름을 새겨 조형물과 함께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5000만원 정도가 모이면 조형물 건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8월까지는 장소를 결정하고 10월까지 매듭지어 11월 선생의 추모식에 조형물 건립을 함께 할 계획이다.
조형물 건립 이후 토론회 강연회 심포지엄 등도 생각하고 있다. 임종국 선생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와 존경이 이루어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임종국 선생과 그의 업적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것을 이루려고 한다. 조형물은 그를 위한 상징적 의미다. 선생이 온 생을 바쳐 이루어냈던, 그리고 우리가 후손들에게 전해야 할 건강한 역사 정립을 위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부탁한다.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802-225500(예금주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
문의 임종국선생조형물건립추진위원회 010-8804-7815(이메일 minjudk@hanmail.net)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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