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규영 서울시의회 부의장
"차기 시의회 여성의장 탄생 가능성"
의회 안팎 '갈등조정' 강조
"시 견제 동시에 정무 역할"
"유리천정을 한번에 깨기는 어렵죠. 전반기에 여성 상임위원장들이 역할을 잘 해주었기에 여성 부의장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크게 줄었습니다."
조규영(사진) 서울시의회 부의장은 여성의원들이 똘똘 뭉쳐 25년만에 여성 부의장이 당선될 수 있었다"며 "다음에는 여성 의장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의장직 수행여부가 차기 여성 의장선출과 직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자신의 주요 역할과 관련해 여·야,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 의회와 서울시간 조정·조율기능에 방점을 찍었다. 조 부의장은 "시의원 입장에서는 서울시 정책·사업을 견제하는 역할에 충실하겠지만 박원순 시장의 성공을 위해 모니터링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정무라인 역할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에서 의장단에 여성이 포함된 건 지방의회가 부활한 1991년 여당에서 여성 부의장을 지명한 이후 25년만이다. 조규영 부의장이 '여성 리더'로서 어떤 역할을 해낼지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크다. 조 부의장은 '무대에 오르는 일'에 비유했다. 그는 "무대에 설 때 부담과 함께 즐거움이 있지 않느냐"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만 누군가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 동기부여도 된다"고 말했다.
의회는 의장이 중심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부의장이 특별한 권한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조 부의장은 "(여성의 눈으로) 다르게 바라볼 수는 있다"며 "의회와 의장단이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여성운동·사회복지계에서 활동해온 경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의회는 상임위와 여·야 정당에서 논의한 내용을 의장단에서 종합하는 협의체 구조라 하나의 시각만으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의장을 필두로 여야 각 1명씩 부의장이 있고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여야 원내대표단이 존재하고 의원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서울시의회. 조규영 부의장은 '중재자'를 자임했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나 의원간 관계가 실익 없는 충돌이나 힘겨룸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갈등을 조정하고 소통과 이해를 돕겠다는 얘기다. 그는 "후반기 의회 초기에 빈번한 논의를 거쳐 서로 역할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의장단에 여성이 있으니 역시 다르다는 평가를 받도록 조율·조정 능력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이 내세운 공약 가운데 서울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부분을 점검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실현하도록 하는 일도 그의 몫으로 정했다. 지역구 의원들도 개인의 힘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핵심 공약은 의회 차원에서 풀어가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견제 대상인 서울시와의 관계에서도 조정·조율 기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조규영 부의장은 "거대 토목사업 중심에서 시민들 삶을 세밀하게 돌보는 정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시민들이 아직 익숙치 못하다"며 "현장과 가장 잘 밀착한 의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회 입장에서 보자면 서울시 정책·사업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겠지만 같은 더민주 소속 정당인 입장에서는 박원순 시장이 성공한 시장이 되도록 정무적으로 판단, 지원하겠다"며 "여성 부의장이라 (사심없이) 지원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다만 서울시와 의회간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은 잊지 않았다. 조 부의장은 "박원순 시장의 진정성은 높이 평가하지만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의도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거나 공무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며 "시의원 다수도 (설명이 충분치 않아) 정책변화에 동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의장에 당선된 이후 서울시의회 여성의원들이 누구보다 신나있다. 9일 서울과 인천·경기 여성의원과 한국여성의정회원 25명이 모인 수도권 간담회를 시작으로 여성의원 교류를 활성화한다. 조규영 부의장은 "수도권부터 여성 광역의원간 경험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의회간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여성 정치인이 당내에서도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환경을 서울시의회에서부터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