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100억달러(약 11조150억원) 잃는 도박 … 경제효과는 미신"

2016-08-10 11:56:08 게재

앤드루 짐발리스트 미 스미스대 경제학 교수

올림픽을 유치하게 되면 개최도시와 나라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미 스미스대 경제학 교수이자 '지상 최대의 서커스: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에 숨은 경제적 도박' 저자인 앤드루 짐발리스트는 9일 기고전문매체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글에서 "올림픽 유치는 쓸데없는 짓"이라며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생생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에 세워진 올림픽 오륜기념비 앞에서 한 시민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짐발리스트 교수는 올림픽이 개최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제받지 않는 독점 기구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년마다 한 번씩 개최지를 경매에 부친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저마다의 장점을 내세우며 열띤 경쟁을 벌인다. 기업총수, 특히 건설업 총수들은 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건다. 올림픽 준비 기간에 경기장과 기념식장, 교통시설, 숙박시설, 미디어방송센터 등 각종 건설공사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자명하다. 개최지로 낙찰된 도시는 대개 과도한 입찰비를 써내기 마련이다. 짐발리스트 교수에 따르면 요즘 하계올림픽 유치비용은 경기장 건설과 보수, 대회운영과 보안유지, 추가 인프라건설 등을 포함해 보통 150억~200억달러(약 16조~22조원) 사이다. 개최도시가 스포츠 중계권 계약(개최도시가 25%, IOC가 75%를 가져간다), 국내외 후원사, 입장권 판매 등으로 얻는 수익은 35억~45억달러다. 다시 말해 올림픽 유치는 비용이 수익에 비해 100억달러 이상 더 소요되는 밑지는 장사다. 190억달러의 총 비용이 들어간 리우올림픽의 경우 적자폭은 150억달러 안팎이다.

올림픽 유치 경쟁을 벌이는 나라나 도시들은 자국민이나 시민들에게 '단기적으론 적자를 내지만 장기적으로는 흑자를 낼 수 있다'고 홍보한다. 국민적 의식 고양은 말할 것도 없고 관광업이나 해외투자, 무역 부문이 큰 혜택을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증적 사례들은 그같은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증명하고 있다는 게 짐발리스트 교수의 주장이다.

우선 관광업부터 살펴보자. CNN 보도에 따르면 2012년 7~8월 올림픽이 열리던 영국 런던을 찾은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 하락했다. 올림픽 기간 17일 동안 런던 중심부 피커딜리 광장의 올림픽 이벤트관 주변에 있는 상점과 식당, 극장, 박물관 등엔 파리만 날렸다.

공교롭게도 보통의 관광객들은 올림픽으로 인해 붐비는 거리와 교통지연, 고물가, 테러위험 등으로 런던을 피했다. 그 결과 올림픽 유치는 런던 관광업에 득보다 실을 가져왔다. 짐발리스트 교수는 "관광객들이 어떤 도시를 피한다면, 또는 올림픽 때문에 안 좋은 기억을 갖게 된다면, 이들이 자기나라에 돌아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할 여행지의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관광업뿐 아니라 기업들도 단지 올림픽을 유치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나 무역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히려 개최도시는 막대한 올림픽 유치 비용으로 재정적 고통을 겪게 돼 장래 기업 활동에 덜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 유치의 또 다른 부정적 측면은 개최도시가 감수해야 할 공개조사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하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지만, 국제적 이미지는 오히려 악화됐다. 아름다운 자연과 낙천적인 사람들로 명성이 자자했던 리우는 이제 부패와 폭력, 교통지옥, 환경오염, 정치적 불안, 지카바이러스 등의 나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도시가 됐다.

물론 올림픽 개최 도시 중 일부는 사회기반시설 투자로 장기적 이익을 올릴 수 있다. 리우의 경우 도로확장 덕분에 국제공항과 도심 항구로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자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같은 이유로 올림픽 개최도시로서의 정당성을 주장하긴 어렵다. 인프라 개발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지만, 리우 시민들이나 일상적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는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철 건설에 투입된 29억달러(당초 계획엔 16억달러)를 예로 들어보자. 신규 지하철은 해변에 있는 올림픽 이벤트관에서 10마일 떨어진 부유한 교외지역 '바하다티주카'를 이어놓았다. 이는 리우의 악명높은 도심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데 아무런 역할을 못한다. 도심 북쪽과 서쪽에 밀집해 살아가는 리우의 대다수 노동자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직장으로 통근하기 위해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이같은 사례는 널렸다. 리우시는 보호습지인 마라펜디 생태공원 내에 골프장을 지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물이 부족한 리우시는 골프장 유지를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을 써야만 한다. 리우시는 또 올림픽 경기장 사이를 오가는 버스전용 차로를 확보, IOC 고위급 인사들의 수월한 이동을 보장했지만, 보통 시민들이 통근하는 길은 더욱 좁아진 상태다.

무분별하고 파괴적인 건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그치지 않았다. 32개의 경기장과 선수촌, 미디어·방송센터, 녹지기념관 등의 신규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또 외국의 지체 높은 손님들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도록 도시미관을 정비하기 위해 리우시는 2009년부터 약 7만7000명에 이르는 빈민촌 사람들을 도시 외곽으로 밀어냈다.

짐발리스트 교수는 "결국 올림픽을 유치하는 건 어떤 도시에나 거대한 경제적 도박"이라며 "부적절한 사회기반시설을 가진 저개발 도시들은 IOC의 교통, 통신, 숙박 부문 요구조건을 맞추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고, 인프라를 갖춘 개발 도시 역시 부지의 부족함, 예산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번창하는 산업을 훼방놓을 위험성을 떠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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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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