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업모델 파산 … '개최지 영구고정제'로 바꿔야"
'No Boston Olympics' 이끈 크리스 뎀프시
리우 하계올림픽이 지카바이러스와 수질오염 등 각종 우려 속에 개막됐다. 2014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브라질은 현재 경제침체와 정치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최도시가 누리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자화자찬하지만, 대규모 이벤트를 운영하는 데 따른 교통, 보안, 금융 압박은 막대하다.
세계적 경영컨설팅회사인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였던 크리스 뎀프시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와의 인터뷰에서 "비용 초과와 한 번 쓰고 방치되는 시설물 등 올림픽 유치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다"며 "올림픽에 대한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뎀프시는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원했던 미국 보스턴시를 상대로 'No Boston Olympics'라는 시민운동단체를 꾸려 결국 지난해 여름 시의 신청철회를 이끌어낸 모임 창립자이기도 하다.
뎀프시에 따르면, 프랑스 교육가이자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1896년 제1회 그리스올림픽을 부활시키면서 염두에 둔 사업모델은 세계박람회였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서는 대륙과 나라, 도시별로 올림픽이 열려야 한다는 믿음이었다.
쿠베르탱은 "한 장소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배를 타고 개최지를 방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올림픽은 세계박람회처럼 곳곳을 순회하며 열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현 시대 올림픽은 수백억 달러가 투입되는 거대 이벤트로 진화했다. 국제적 인지도 역시 급상승했다. 따라서 쿠베르탱 남작의 사업아이디어는 현재와 맞지 않다는 게 뎀프시의 주장이다.
그는 "쿠베르탱의 대담한 아이디어와 그에 따른 성취물은 높이 평가해야만 한다"면서도 "그러나 제1회 올림픽조차 비용 초과와 시설물 과다로 주최국 그리스가 몸살을 앓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1896년 1회 올림픽을 성대히 치른 그리스는 과다비용으로 경제적 고통을 호소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당시 그리스 왕은 근대올림픽 주창자인 쿠베르탱에게 '4년마다 장소를 옮기며 올림픽을 개최하는 대신 그리스가 계속 주최국이 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쿠베르탱은 순회모델을 통해 각 나라, 각 도시가 경쟁하는 사업모델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 또 그리스 이외 나라들도 전 세계에 자국의 국력을 과시하는 기회로 올림픽을 활용하고자 하는 바람이 컸던 탓도 있다.
사실 올림픽 사업모델은 프랜차이즈 형식과 여러모로 닮았다. 본사에 해당하는 IOC는 개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지만, 개최국이나 방송사, 경기후원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이런저런 권리를 판매하면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
뎀프시는 "올림픽 사업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 각 지역마다 강한 개최욕구가 있어야 한다"며 "후원기업이나 방송국에선 올림픽을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크지만, 유치신청 지역이나 개최지 입장에선 비용 대비 수익과 관련해 심각한 저항에 부닥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보스턴시는 2년 전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신청서를 IOC에 제출했다가 철회했다. 뎀프시가 철회운동의 중심에 섰다. 그는 "IOC가 대회 운영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할 것을 공식계약으로 요구한 데 대해 시민적 반발이 컸다"며 "철회운동이 성공한 것은 보스턴 시민들이 올림픽에 따른 혜택보다 비용과 위험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전적 부담을 지지 않는 IOC가 올림픽 개최지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으로나 환경적,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기준을 들이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며 "IOC가 개최지에 모든 비용을 떠넘겼고, 그 결과 리우에서 볼 수 있든, 그곳 시민들은 아까운 자원이 잘못된 곳에 쓰여지고 있음을 한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뎀프시는 유치신청 철회운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IOC가 올림픽 사업모델을 전면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 그는 "쿠베르탱이 올림픽을 부활시킬 때만 해도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대륙을 넘나드는 비행기는 상상할 수 없었다"며 "지구촌은 좁아졌고 거실에서 TV를 통해 올림픽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한참 전에 도래했음에도 IOC는 여전히 19세기 사고방식을 집착한다"고 지적했다.
뎀프시가 제안하는 대안은 개최지를 고정하는 방법이다. 1개 도시로 영구히 고정하거나, 몇몇 도시로 분산해 고정하는 방식이 있다. 그는 "이렇게 해도 IOC 수익은 줄어들지 않는다"며 "반면 개최지 비용은 절대적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순회하며 땀의 향연을 통해 감동적인 인간스토리를 전하는 것도 물론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단 1차례에 그치는 경험치고는 지나치게 비싸고 파괴적이라는 게 그의 요지. 그는 "개최지를 영구고정하게 되면 리우와 베이징, 소치올림픽 때처럼 과도한 비용 논란에 휩싸일 이유가 사라지면서 올림픽 브랜드에 대한 가치도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OC 자체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뎀프시는 "IOC는 수익 제고를 위해 가맹점을 늘리고 서로 경쟁시키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아니라, 책임감과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올림픽을 직접 관리하는 본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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