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단식 금메달) 코치 'IOC 선수위원' 당선

2016-08-19 09:59:48 게재

한국인 두번째 '쾌거' … 문대성 이어 8년간 활동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 결숭전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중국 탁구를 무너트리고 포효하는 한국 선수의 모습에 온 국민이 환호성을 올렸다. 당시 중국의 왕하오를 잡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유승민(34·삼성생명 코치)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됐다.

출입카드가 업그레이드 됐어요│ 역대 두 번째 한국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뽑힌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삼성생명 코치)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메인 프레스센터(MPC)내 대한체육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입카드가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유승민은 1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IOC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 내 프레스룸에서 발표한 선수위원 투표 결과에서 후보자 23명 중 2위를 차지해 선수위원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024년까지 8년이다.

유승민은 총 5815표 중 1544표를 획득, 1603표를 얻은 펜싱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에 이어 2위로 당선됐다. 하이데만은 2012년 런던올림픽 펜싱 에페 준결승에서 신아람(계룡시청)에게 '1초 오심'의 아픔을 안겨 준 선수다. 3위는 1469표를 획득한 수영 다니엘 지우르타(헝가리), 4위는 1365표를 얻은 육상 장대높이뛰기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다.

유승민의 IOC 선수위원 당선은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다.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2008년 처음 선출됐다. 투표는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전체 선수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17일 자정까지 진행됐다. 선수위원 투표에는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1만1245명 중 5185명이 참가했다. 선수 1명당 4명까지 투표할 수 있다.

유승민은 메인프레스센터에 마련된 대한체육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선에 대한 기대가 적어 부담이 적었다"며 "한국에서 올 때도 어렵다는 전망을 많이 들었지만 응원해주신 분들을 통해 힘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하루가 정말 길게 느껴졌고 외로웠다"며 "외로운 싸움에서 승리해 조금 울컥했다. 지난 25년간 필드에서 나를 위해서 뛰었다면 지금부터는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에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체육계에서는 유승민의 당선을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유승민이 대한체육회(KOC)의 IOC 선수위원 후보자로 선정될 때만 해도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IOC가 지난해 12월 최종 24명의 후보를 확정할 때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후보 중에는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살아있는 전설'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버티고 있었다. 일본의 육상 영웅 무로후시 고지도 있었다. 유럽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장인 탁구 선수 출신 장 미셸 세이브(벨기에),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루이스 스콜라(아르헨티나) 등 어느 때보다 전 세계 유명 선수들이 즐비했다. 이에 반해 유승민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에서 개인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고 2008년과 2012년 올림픽에서 단체전 동메달과 은메달을 각각 차지했으나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유승민은 자신의 낮은 인지도를 발품을 팔아 만회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일찌감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많은 선수와 만나 자신을 알리고 한 표를 부탁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저녁에는 선수 식당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도 했다. 그동안 갈고닦은 영어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가장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한 후보로 평가받았다. 이신바예바가 투표 기간 막판인 15일 리우에 온 것과 대조적이었다.

한편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신설된 IOC 선수위원은 올림픽 참가선수들이 뽑는다. 하계종목은 8명, 동계종목 4명 등 총 12명의 선수위원을 선출한다. 이번 투표에서는 상위 4명까지 IOC 위원 자격이 주어진다. IOC 선수위원은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투표 등 IOC 위원과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 한국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때 쇼트트랙 선수 출신의 전이경,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 스켈레톤의 강광배가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유승민은 사실상 한국의 유일한 IOC 위원 역할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IOC 위원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과 문대성이 있다. 이 회장은 건강 악화로 활동을 할 수 없는 처지다. 문 위원은 논문표절 논란으로 직무가 정지됐다. 리우올림픽이 끝나면 임기도 끝난다.

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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