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로 사고파는 'SDR(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 표시 채권' 흥행

2016-09-01 11:03:21 게재

세계은행 31일 발행, 응찰률 2.5대 1

G20정상회의, 위안화 SDR 편입 등

중국 대내외에 경제적 위상 과시

세계은행(WB)이 중국 은행간시장(interbank market)에서 발행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표시채권이 중국 안팎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순조로운 흥행가도를 펼쳤다.

세계은행은 31일 위안화로 사고 파는 5억SDR(46억위안·약 7800억원) 규모의 SDR채권을 발행했다. 응찰률은 2.5대 1이었다. 3년 만기, 이표 0.49% 조건으로 발행됐다.

중국 위안화(사진 가운데)로 결제되는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IMF SDR) 채권이 중국 안팎 투자자들의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발행됐다. 위안화는 10월 1일 IMF SDR 구성통화로 공식편입된다. 기존 구성통화는 미 달러와 유럽연합 유로, 영 파운드, 일본 엔화다. 사진 연합뉴스


SDR은 미국과 유럽연합 영국 일본 4개 통화의 가치를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그 가치가 안정돼 있다. 따라서 SDR채권 역시 단일통화 표시채에 따른 투자자의 환리스크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채권이다.

SDR 표시채권이 발행된 것은 1980년대 초 이후 35년 만이다.

인터넷매체 제로헷지는 1일 "이번 채권 발행은 이달 4~5일 주요국(G20) 정상회의와 10월 1일 중국 위안화의 SDR 구성통화 공식 편입과 맞물려 중국 위상화의 위상 제고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HSBC 선임 외환전략가인 주왕은 "중국 내 투자자들은 위안화로 결제되는 SDR 채권을 통해 해외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서도 각기 다른 통화자산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 판공셩 역시 31일 기자회견에서 "SDR채권 발행은 국제통화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며 "SDR 채권으로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의 위험을 피하는 한편 위안화는 보다 시장친화적인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판 부총재는 이어 "중국이 위안화로 결제되는 SDR채권을 처음 발행한 데 대해 시장은 우호적 반응을 보였다"며 "인민은행은 앞으로 IMF와 함께 SDR 활용도를 보다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행규모는 세계은행이 목표한 20억SDR채권 발행 프로그램의 일부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여러 중국금융기관이 SDR채권 발행을 희망하는 상황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달 12일 성명에서 "SDR 채권 발행은 SDR의 활용도를 높이고, 역내 채권시장에서 중국 투자자들의 외국 통화에 대한 접근권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이날 50여개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SDR채권 경매에서 최종 응찰률은 2.5대 1을 기록했다. 중국은행들과 투자중개사, 보험사, 국제기구, 해외 중앙은행과 해외 금융기관 등이 참여했다. SDR채권보다 이율이 높은 중국 정부채권에 대한 응찰률은 보통 3대 1정도에 달한다.

SDR채권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역내·역외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홍콩 소재 한 채권펀드 매니저는 "투자 매력도가 높은 중국 채권들이 이미 많기 때문에 향후 중국 투자자들이 SDR채권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외환관리국 전 관료인 구안타오도 마켓뉴스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위안화는 아직 중심국이 아닌 주변국 통화, 위험한 통화로 인식되고 있다"며 "SDR 채권 발행은 위안화 사용을 국제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중국 정부의 부단한 노력 중 하나이지만, IMF가 내달 위안화를 SDR 기축통화로 편입시킨다 해도 당분간 투자적 관점에서 여전히 위험이 높은 통화로 인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HSBC 위안화개발 팀장인 캔디 호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SDR채권은 중국 시장에 접근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다각화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SDR채권 발행 이후 은행간 채권시장 내 활발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SDR채권 발행과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외국 중앙은행들과 외국 투자자들의 중국 내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