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엄벌, 사업주는 솜방망이 구형

2016-10-07 10:59:42 게재

검찰 '노조파괴' '회사비판' 같은 8개월 구형 '기울어진 잣대' 논란

법원 판단은 달라 … 사업주는 징역 10월, 노동자는 벌금 50만원

지방의 한 검찰청에서 노조 파괴 목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한 회사 대표와 쟁의행위 목적으로 회사 대표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건 노동자들에게 동일하게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반면 법원은 회사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을, 노동자들에게 벌금 50~100만원을 선고하면서 애초 검찰의 구형이 공정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해당 검찰청장은 '검찰 앞에 국민이 평등한가'라는 질문에 '일부 그렇지 못한 면도 있다'고 답했다가 또다른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박 모(58)씨는 갑을오토텍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던 2014년 기존 노조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경찰 출신 13명, 특전사 출신 19명이 포함된 6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이들을 이용해 별도의 노조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이후 박씨는 신입사원들을 새로운 노조에 가입하게 했고 활동비 명목의 금원을 지급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지난해 11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박씨를 기소했다.

노조법은 근로자가 특정 노조에 가입하지 말 것 또는 탈퇴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노조의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올해 1월 공판이 시작됐고 천안지방검찰청은 6월 박씨에 대해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7월에 나온 대전지법 천안지원의 1심 판결은 이례적으로 구형량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박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박씨의 범행은 노사 간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게다가 회사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조직적, 계획적으로 이뤄졌고 그 규모 또한 대규모여서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김 모(34)씨 등 6명의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2014년 회사 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며 대표이사 유 모씨 및 공장장 이 모씨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공장 내에 게시했다. 현수막엔 '정신병 유ㅇㅇ' '유ㅇㅇ은 이ㅁㅁ 꼬봉' 등의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현수막에 글을 쓰기 위해 스프레이를 뿌리는 과정에서 공장 내 도로에 빨간색 물이 들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천안지청은 모욕죄(현수막 게시) 및 재물손괴(도로에 스프레이 착색)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고 올해 4월 6명 모두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9월 천안지법은 재물손괴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모욕죄 부분에 대해서만 50~100만원 사이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회사와 상당기간 노사분쟁 상태에 있다 이런 범행에 이르게 된 점, 회사와의 분쟁으로 인한 범죄 전력 외에는 대부분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

6일 광주고검에서 열렸던 7개 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노회찬(정의당·경남 창원성산구) 의원은 두 사건을 비교하며 검찰의 공정성을 비판했다.

노 의원은 "불법용역 데리고 와 노조 파괴한 박씨에게 8개월 구형한 검찰이 유성기업 비난하는 현수막을 건 노동자에게 모욕죄로 8개월 구형했다. 박씨는 검찰의 구형이 끝나자 법정에서 웃었다고 한다"며 "노사 문제에 있어 기업가와 노동자가 평등한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차맹기 천안지청장은 "구형은 양형기준이나 판례를 검토한 것이고, 징역 10개월이 나온 것은 법원과의 견해 차이로 보인다"고 답했다. 차 지청장은 '검찰 앞에 국민이 평등한가'라는 질문에 "일부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후 국감 과정에서 '모든 국민이 검찰 앞에 평등한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은 계속 문제가 됐고 결국 오세인 광주고검장이 "사건 처리 결과가 국민들에게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무마했다.
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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