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시설 없이도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2016-10-13 11:19:53 게재

양천구 '생쓰레기' 분리수거 효과 톡톡

하루 3.5톤 주말농장 밑거름으로 변신

환경오염 줄이고 건강한 농작물 생산

"수박껍질 옥수수 김장쓰레기…. 요리하기 전에 버리는 식재료가 음식물쓰레기 70~80%는 돼요. 그걸 분리수거하고 먹을 만큼만 음식을 만들면 음식물쓰레기는 거의 없죠."

서울 양천구가 골칫거리인 음식물쓰레기를 주말농장 퇴비로 바꿔 톡톡히 효과를 얻고 있다. 조리 전 생쓰레기를 수거해 낙엽 황토 미생물발효제와 고루 섞어주기만 하면 된다. 사진 양천구 제공


서울 양천구 신정1동에 사는 조성화(54)씨는 4년 전부터 음식물쓰레기를 두가지 형태로 분리한다. 먹다 남은 음식물은 전용 봉투에 담아 배출하고 채소 껍질이나 뿌리 등 조리하기 전에 나오는 이른바 '생쓰레기'는 별도로 모았다가 주 3회 쓰레기봉투에 담지 않고 버린다. 조씨네처럼 양천구 주민 1만여 가구에서 배출한 생쓰레기는 주말농장으로 옮겨져 곧 퇴비로 탈바꿈한다.

양천구가 대규모 기계시설 없이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해 눈길을 끈다. 각 가정에서는 종량제봉투값을 줄이고 구에서는 그만큼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이 줄어든다. 환경오염과 자원재활용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는 덤이다.

양천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종류 폐기물은 하루 98.3톤에 달한다. 음식물쓰레기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쓰레기 감량 방안을 고민하다가 먹지 못해 버리는 음식보다 조리 전에 발생하는 생쓰레기가 더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전체 발생량 가운데 57%를 차지한다. 시민사회 주민단체와 머리를 맞댄 끝에 서울남서여성민우회에서 제안한 생쓰레기 퇴비화 방안을 택했다.

여성민우회가 주축이 돼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할 가정을 찾고 구는 쓰레기를 수거해 신월동 주말농장에 가져가면 농장에서 퇴비를 만드는 형태다. 낙엽과 황토 미생물발효제 질소질을 섞어주면 음식쓰레기는 며칠새 퇴비가 된다. 신영철 양천구 청소행정과 계장은 "공원에서 수거한 낙엽과 가로수 가지치기에서 나온 나뭇가지를 파쇄해 혼합한다"며 "염분이 섞인 음식물쓰레기와 달리 중장비를 이용해 고루 섞어주기만 하면 하루만에 음식물쓰레기 형체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2012년 45톤을 시작으로 2013년 85톤, 2014년 114톤까지 퇴비로 바뀌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매년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예 여성민우회 신정주말농장과 협약을 맺고 농장 내 퇴비처리장을 만들었다. 일부 주민들이 퇴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나 악취에 불만을 제기한데 따른 조치다. 대신 쓰레기 퇴비화 작업은 물론 퇴비장 관리까지 주말농장에서 맡기로 했다.

퇴비화 작업을 하는 전용 공간이 마련되면서 쓰레기 처리량은 315톤으로 부쩍 늘었고 올해도 9월 현재 219톤이나 처리했다. 동참 주민 역시 목5동 한신청구아파트를 비롯해 12개 단지 1만1210세대로 확대됐다. 조성화씨는 "종량제봉투값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주부들 호응이 크고 참여순서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신영철 계장은 "사업에 참여하는 아파트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온다"며 "퇴비장을 급격히 확대하기 어려워 점진적으로 대상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퇴비화 사업에 들이는 예산은 쓰레기 분리수거와 주민 대상 홍보, 퇴비장 유지관리까지 5800여만원. 그러나 종량제봉투 구입비용 2275만원,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 2600만원, 낙엽 소각비용 840만원 등 눈에 보이는 예산절감 효과만 5725만원이다. 더불어 1만6529㎡에서 도심 농사를 짓는 주말농장 이용 주민들은 보다 싱싱한 농작물을 밥상에 올린다. 유선정 신정주말농장 대표는 "퇴비를 사용하고는 산성 땅이 알칼리성으로 바뀌면서 미생물이나 이로운 벌레가 많아졌다"며 "퇴비를 뿌린 곳은 농작물 자라는 속도가 다르고 채소 맛까지 차이가 날 정도"라고 단언했다.

김수영 앙천구청장은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들어 주말농장에서 활용하고 여기서 생산된 채소를 식탁에 올리는 자원순환형 도시농업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환경오염 방지와 자원 재활용, 주민과 학생 체험교육 등 수치화할 수 없는 성과는 훨씬 크다"고 자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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