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감시보고서 더 두꺼워져야 "

2016-10-24 11:22:52 게재

민주당 이춘석 국감 소회록

이춘석(민주당·전북 익산갑, 사진)에 대해 어느 매체는 '의혹제기에서 정책질의까지, 기복없는 9년째 모범생'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국감에 앞서 그는 3대째 법사위 국감의 기록을 3권의 책으로 담아 내놓았다.

9년째 법원·검찰·감사원 등 3대 권력기관을 지켜보며 직접 겪고, 따졌던 일들을 △검찰 미제사건 △숫자로 본 법원이야기 △감사원 감싸원 사전이란 독특한 형식을 빌어 풀어쓴 것이다.

18대부터 법사위에 몸 담고 있어 '터줏대감'으로 불리지만 감과 노련함으로만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채근이자 초선의원들에게 선배의원의 실패와 성과들이 작은 지표가, 또한 피감기관에게는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중진의원의 색다른 시도에 피감기관도 긴장했다는 후문이다. 대검찰청 국감 질의 에서 검찰 미제사건 지적한 후 검찰총장이 직접 챙겨보라고 했다면서 현장에서 질의한 내용을 다시 찾는 일이 있었다. 감사원에서는 신입 감사관 교육자료로 이 의원의 책을 활용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마무리 한 그는 '답답하다'고 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미르·K스포츠재단을 놓고 불거진 각종 특혜 의혹,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 발부, 4·13총선 선거사범 기소 등 불거진 정국이슈의 모든 것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권력기관의 정치예속화에 심각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보통 정권 4년차가 되면 권력기관의 태도가 변하는데 요지부동"이라며 "검찰과 감사원의 정치예속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회와 언론이 다 조사해 놓은 사안에 대해서도 외면하기 일쑤고, 정부의 잘잘못을 가려 시정을 촉구해야 할 감사원이 스스로 잘못을 떠안는 상황이 비일비재 하다고. 이른바 '스카이 출신'이 90% 이상 임용되는 사법부의 관료화에 대한 우려도 빼놓지 않았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자정시스템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열패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여당의 성공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권력기관이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심정에 쓴 책이 내년에는 더 두꺼워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과 국회의 지적을 수용할 줄 모르고 정치를 부정하면 결국 분노한 민심의 부메랑이 권력 중심부를 향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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