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의형 인재 양성, 수행평가가 열쇠

2016-11-23 10:22:11 게재
학교교육에서 평가는 교육목표와 교육내용, 교수방법의 일관성 속에서 계획하고 논의할 때 소기의 교육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평가의 일차적 목적은 등급을 매기거나 선발에 있다기보다, '우리는 현재 어느 정도로 어떻게 잘하고 있는가?'가 우선이다. 핵심은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정보를 제공, 학생의 학습과 선생님의 수업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상황은 대학수학능력 시험이라는 일회성, 선다형 평가가 교육과정을 구속하고 있다. 고교에서 중학교, 초등학교 교육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대입 수능정책이 초·중등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 되고 있는 것이다.

선다형 평가는 인간의 복잡한 수행을 선택지라는 단순한 방식으로 수량화하고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래 지식 사회가 필요한 핵심역량 평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결과만을 평가함으로써, 학생은 결과를 위한 공부만 하게 된다.

2015 교육과정,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새로 개정한 '2015 개정교육과정'은 수행평가가 제대로 가능하도록 마련했다.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초·중등학교에 적용할 예정이다. 핵심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과 '배움을 즐기는 행복 교육'이라는 비전을 담았다.

풀어보면, 개인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데 필요한 핵심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이 비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생 평가'를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수행평가를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특히, '핵심역량' 같은 복잡한 과정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입식 교수학습 평가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새 교육과정에서 미래 인재상으로 설정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나, '자유학기제' 같은 다양한 체험형 학습활동 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수행평가는 이미 1990년대 말 선다형 평가 방식인 지필검사를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당시 수행평가를 실기평가나, 서술식 평가로만 해석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학습한 것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학생들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행동'에 중점을 두었다. 결국 학생과 학부모들에겐 '수행에서 몇 점이 깎였다. 몇 점을 받았다'는 변질된 수행평가로 다가갔다. 즉, 기존의 평가 방식이 지닌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행평가가 등장했지만, 평가 기준이나 근본적인 개념을 바꾸지 못한 것이다.

수행평가는 이미 구성된 답 중에서 학생이 선택하는 선다형 시험이 아니다. 학생이 학습의 증거를 능동적으로 생산해 내는 '과정중심의 평가'다. 생성력과 전이 가능성이 보장되는 교육내용, 수행이 일어나는 실세계 상황, 학생의 지식, 기능, 가치 및 태도가 복합적으로 발현되는 개념이다.

선생님들 역량 길러주는 방안 마련 시급

이를 통한 평가는 과정평가, 참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전시 등 다양한 방법들을 포함하고 있다. 핵심은 공통적으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수행하고, 산출하고, 창의적으로 행동하도록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수행평가 과제는 수업 활동에 통합되어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기존 수업과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학생 참여형 수업을 구현하고 평가해야 한다.

이러한 창의융합형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수행평가가 학교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수행평가의 목적과 내용에 대한 이해와 실행 능력, 교사들이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창의융합 인재와 핵심역량, 학생 참여형 수업과 더불어 수행평가에 대한 선생님들의 이해와 실행 역량을 길러주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김경자 이화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