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명문대 나와야 성공한 인생 사나요?"

2016-11-28 10:55:53 게재

교육부, '걱정말아요, 진로고민' 콘서트 … 대입·부모갈등·친구관계 등 고민 털어놔

"꼭 명문대학에 가야만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나요?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로 창업의 길을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인지, 공부를 위해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요" "도대체 좋은 대학의 기준은 뭔가요?"
25일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진로고민콘서트에 전국 중고생 350여명이 참석해 자신의 고민을 상담했다.


중고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어렵게 대학전공을 선택해 공부해도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25일 서울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회관에서 '걱정말아요, 진로고민'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학생들은 고교졸업 후 진로경로, 진로 진학의 목표달성 어려움, 진로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참석학생 대부분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고 답했다.

류재희(서울 문영여고 1학년)양은 "음악을 전공해 작곡가의 길을 가고 싶은데 부모님 반대가 심하다. 어떤 선택이 행복한 미래를 위한 것인지 답답해서 콘서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진로고민콘서트를 마친 이후에도 상담은 계속 진행됐다. 패널로 참석한 손지애 교수 등 상담 전문가들이 학생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답변에 나선 손지애(이화여대 교수)진로상담 전문가는 "미래는 꼭 전공만을 따져서 살아가는 사회는 아니라고 본다. 현재 학생들은 80년을 더 살아야하기 때문에 전공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며 "세상을 넓게 고민하고 먼저 자신이 음악(작곡)에 소질과 적성, 재능이 있는지 점검해보고, 부모님과는 감정적인 대화보다 진심과 논리를 앞세워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좋은 대학이 아니어도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 기준은 무엇인지, 취업이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김지예(경기도 가온고 1학년)양이 질문을 던졌다. 대학을 포기하고, 제주도청 토목직 9급 공무원이 된 김선희 씨가 답변에 나섰다.

김 씨는 "고교 3학년 때 자퇴하고 6개월 동안 공무원 시험준비를 했다"며 "고 1때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대학가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할 것인지, 내가 행복한 삶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했다"며 "고교 졸업 후 사회 나가서 어떤 삶을 살지,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동아리 활동이나, 학교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답했다.

상담중인 패널들


이날 콘서트에는 지난해와 올해 종합진로정보망인 '커리어넷'을 통해 온라인 진로상담을 해온 2만5000여건 중, 350명이 미리 신청을 하고 진로상담 전문가를 찾은 것이다.

학생들의 온라인 상담 중 40% 이상이 진로정보에 대한 탐색이고, 20%는 자기탐색과 이해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상담 중 '수학공부'에 대한 부담과 고민이 가장 컸다. 박재조(대전 중리중학교 진로진학담당)교사는 "난이도가 높은 수학은 쉬운 부분부터 접근하고, 같은 교재를 반복해서 공부할 것"을 제안했다. 타 과목과 조화를 이루면서 집중과목에 비중을 더 두는 방안도 덧붙였다. 특히, 중학생의 경우 어떤 고교를(일반고, 특성화고)선택할지를 미리 고민하고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방송인 곽귀근씨도 "왜 꼭 성공을 해야 하나? 그냥 행복한 삶을 살면 안되나?"며 자신의 삶의 철학을 소개해 아이들의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이날 콘서트에 진로상담을 맡은 손지애 이대교수, 김선희 제주도청 공무원, 곽귀근 방송인, 박재조 대전중리중 진학상담교사, 최성환 메타코칭에듀케이션 코치가 아이들의 고민을 덜어줬다.

진로고민 이렇게 풀어보세요


진로에 대한 고민과 관심 폭발 = 콘서트를 마친 후에도 학생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일부 학생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진로상담 전문가들과 상담을 이어갔다. 친구 사귀기, 공부와 학벌중요성, 게임중독, 부모님과 갈등, 리더십 등에 대해 궁금증을 쏟아냈다. 평소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실감하는 자리였다.

답변에 나선 상담전문가들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나만의 매력 만들기, 내 삶을 재미있게 꾸려가기,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 찾기, 취업을 의식하기보다는 내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학과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시도교육청을 통해 진로분야 상담을 더 깊고 폭넓게 넓혀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도에서 참여한 한 인솔교사는 "아이들이 평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얼마나 소중하고 구체적으로 고민하는지 알게 됐다"며 "교육청과 학교를 통해 전문 진로상담이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51.1%는 대학에 다니는 이유가 '취업 때문'이라고 답했다. 학부모(46.7%) 역시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능력과 소질 개발'이라는 답은 40%를 넘기지 못했다. 대학이 학문과 교육기관이라기보다는 취업을 위한 사다리 역할로 전락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더욱 놀랄 일은 대학전공과 직업의 일치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공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대답은 36.3%에 불과했다. 자신의 진로나 적성과 무관하게 점수에 따라 대학에 입학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현실을 잘 반영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대학입학 전에 자신의 원하는 분야를 찾아갈 수 있는 진로교육과 상담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진로콘서트는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주관했다.

문승태 교육부 진로정책과장은 "전국에서 몰려든 중고생들이 평소 얼마나 자신의 진로문제로 고민하고 있는지를 잘 반영하는 행사였다"며 "미래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이 생존과 지속가능성, 인재 양성 등을 위해 초중고 청소년기부터 적합한 진로상담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평가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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