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부터 먼저 '편견' 없애야"

2016-12-02 11:01:03 게재

1년 함께한 멘토들 "숲 교육, 학교부적응 치유 효과 톡톡"

학생들이 숲에서 산신령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학교생활부적응이라는 꼬리표를 단 학생들과 1년을 함께 보냈습니다. 1박2일, 2박3일 만에 아이들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왔습니다. 이 아이들에게서 '부적응'이라는 단어를 찾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어준홍(충남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씨가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1년 동안 숲 프로그램 멘토로 참여한 소감을 발표했다. 참석한 전국 시도교육청 담당자와 상담교사들은 어씨의 발표에 숙연해졌다. 어 씨는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닫게 된 원인 중 하나는 '편견'과 '어른들의 색안경'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어 씨는 자신이 교사가 되기 전 이런 아이들을 만난 게 행운이라고 말했다. 학교생활이 힘든 아이들을 통해 한국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9일 경북 영주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시도교육청 학교폭력 및 학교생활 담당자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동안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성과와 개선점 등을 집중 점검했다. 특히, 교육부가 추진하는 '숲으로가는 행복열차'를 통한 학생들의 변화과정을 자세히 점검하고 향후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부와 산림청 등이 업무협약을 맺고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숲 치유교육활동을 진행하는 내용이다.

올해는 서울시교육청 주관으로 17개 시도교육청이 참여해 20회를 운영했다.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에서 참여 학생 63.1%가 프로그램 '만족'을, 89.5%가 '친구에게 권유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멘토 만족도는 95.8%에 달해 대학생(미래 교사 희망학생)들의 멘토 역할이 매우 중요했음을 나타냈다. 대부분 참여 학생들은 "가족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는 쪽지 편지를 남겼다.

짧은 시간에 긍정적 변화를 경험한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으로 돌아간 후에도 숲 치유 효과가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연계나 융합 제안에 관심이 모아졌다. 서보훈 대구시교육청 장학사는 "숲에서 뛰어놀고 영화를 보고 친구를 사귀고 자신의 감정을 편하게 드러내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Wee클레스와 상담실, Wee센터, 지역사회 병원 Wee센터 등 사회기관이 학생들을 위한 융합 지원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숲 치유 프로그램을 학교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전양구 대전 신탄진중학교 상담교사는 "학교내 대안교실 학생들과 4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국 중고생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학교 안에서 이 프로그램이 진행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대안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숲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도교육청 담당자들.


숲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자아존중감, 공감능력, 의사소통, 갈등해결능력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일선학교 교사들의 증언이다.

자연을 닮아가는 아이들 = 숲 교육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들과 위기청소년들에게 큰 변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산림청이 법무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소년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숲 프로그램은 소년범에 대한 '기소유예율'을 크게 높였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2012년 14.0%에 달하던 기소유에율은 지난해 49.4%로 높아져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삶의 출구를 찾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부'로 진행한다. 이미 캐나다나 선진국에서 시행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부모와 함께하는 숲 치유프로그램'에 기대가 크다. 이를 위해 2017년부터 국립산림치유원과 손잡고 위기가정 부모와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숲 프로그램 준비운동


"학폭은 감소, 가정폭력은 증가" = 최근 학교폭력(학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가 올해 실시한 1차 학폭 실태조사에서 '학폭 피해 응답률'은 0.9%로 전년대비 0.1%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피해 응답률이 2012년 12.3%에서 올해 0.9%로 떨어진 주요 요인을 '예방교육'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이나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폭력이 늘어나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올해 전문적인 상담과 치유가 필요한 학생들은 위(Wee) 센터, 위(Wee) 스쿨 등과 연계해 전문적인 진단과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밑그림을 완성했다. 학교를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학교 밖 폭력과 가정폭력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시도교육청과 함께 추진하는 '생명존중 교육주간'이나 '전문상담주간'도 학교폭력과 부적응 해소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집밥보다 100배 맛있다

정시영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위기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상담과 교육을 확대하고, 학생 상담 시 아동학대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검사를 병행하여 학대징후를 조기에 발견하여 조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학생들이 스스로 설계하고 참여하는 학교내 프로그램도 큰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학교 안에서는 어울림과 어깨동무가, 학교 밖에서는 '숲 치유 교육' 등이 큰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교육부는 분석했다. 청주 모충초교의 경우 '어울림' 프로그램을 운영한 후로 학교폭력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김홍재 모충초교 교장은 "어울림프로그램을 통한 행복한 나래울학교 만들기, 교육공동체 역량강화, 교육과정 재구성, 교육과정과 연계한 어울림 프로그램 운영 확산 등을 연구과제로 삼았다"며 "결과 교사들의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전교생 398명과 학부모를 1년 만에 끈끈하게 연결고리로 묶어내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어깨동무학교'의 경우 학생 스스로 활동하는 자율적인 학폭 예방활동 조직이다. 학생이 주체가 돼서 또래활동(상담과 조정)을 펼친다. 교사나 학부모가 개입하기 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자는 취지다. 학생 스스로 폭력 사각지대를 없애고, '친구사랑' 동아리 활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교육부는 또래나 가족, 교사와의 관계가 양호할수록 인터넷·스마트폰에 중독되는 확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중독예방에도 나선다. 부모와의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관계 개선을 위한 예방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사이버폭력 예방 선도학교도 올해 150개에서 내년에는 300개교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한국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성취를 나타냈지만, 학생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60.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숲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과 호흡하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꿈과 끼를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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