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사옥매각 논란 커진다
2017-02-01 11:05:29 게재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냐, 투기자본에 매각이냐" … 사외이사는 부정적
석유공사(사장 김정래)는 지난달 31일 코람코자산신탁과 사옥 매각 및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2200억원, 임차보증금은 220억원이다.
이에 198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석유공사측은 설명했다. 울산광역시 중구 우정동에 자리잡은 석유공사 본사는 2014년 완공됐으며 지하 2층, 지상 23층에 연면적 6만4923㎡ 규모다.
자원가격 하락 등으로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석유공사는 현재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조직 규모 23%를 줄였고, 임직원 총 연봉의 10%를 반납했으며, 미국 이글포드 셰일가스 생산광구를 유동화해 부채비율을 약 72% 감소시켰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옥 매각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며 "2000억원에 가까운 유동성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면서 부채비율이 13.8%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석유공사 노동조합은 "국민재산을 투기자본에게 팔고, 국민혈세만 낭비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석유공사는 사옥을 매각하는 대신 보증금(15년간 220억원)과 임대료(연간 85억원)를 지급하기로 해 투기자본에게 거액의 임대료 수익만 안겨주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어 "2019년부터 임차료도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채비율이 증가하게 된다"면서 "향후 사옥을 재매입하더라도 5년간 임차료만 426억원이 발생해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석유공사의 사옥매각은 신규 채권발행을 통한 차입보다 경제적으로 불리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사의 채권발생 이자율이 약 2.7%인 반면 사옥매각을 통한 임대인 수익률은 4.3%에 달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사옥매각을 위한 석유공사 이사회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사옥매각 표결결과 총 13명 이사 중 찬성 7명, 반대 2명, 기권 3명, 불참 1명이었다.
석유공사 이사 중 6명이 김정래 사장 등 사내이사(본부장)인 점을 감안하면 사외이사 중에선 1명만 찬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다수 사외이사는 반대나 기권, 불참한 셈이다.
사외이사는 김용석 단국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운영위원장, 김태영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안병옥 국회 의정연수원 겸임교수, 성학용 울산대 경영학과 교수, 유한주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 박문화 KT&C 대표, 전보현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등이다.
한편 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강행한 해외자원개발의 잇따른 실패로 당기순손실이 2015년 4조5000억원, 2016년 1조7000억원(추정)을 기록했다. 연간 이자비용만 4500억원에 이른다. 10조원이 넘던 납입자본금은 현재 3조7000억원으로 급감,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자본잠식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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