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버린 산유국, 줄줄이 미국에 침공 당해

2017-02-03 11:10:44 게재

트럼프, 이란 침공 강행하나 에서 이어집니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에 달러 수급을 제한했던 것과 이란이 주도적으로 달러 체제를 벗어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2016년 12월 29일 이란 반관영 통신사인 '스튜던트뉴스에이전시'가 공개한 장거리 미사일 S-200 발사 장면. 사진 연합뉴스

1970년대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 산유국을 회원으로 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과 동맹 합의를 맺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보호해주는 대신 산유국들은 석유거래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한다는 내용이다. 금본위제 폐지로 신뢰도 위기에 몰린 미국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순간이었다. 달러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이어갈 수 있었다.

OPEC의 석유생산 비중은 전 세계 41%이며 매장량 비중으로는 73%다. 거래대금으로 달러만을 취급하는 OPEC 덕분에 달러의 전 세계적 수요는 늘 모자람이 없었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 덕분에 천문학적인 돈을 마음껏 찍어내도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지 않는다. 자국 이외의 나라들에게 떠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체제를 공식적으로 탈퇴하겠다는 이란의 결심은 달러는 물론 미국 경제를 동시에 위협하는 행위다. 이란의 OPEC 내 비중은 13%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이란을 가만히 두고볼 수만은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온라인매체 '프리쏘트프로젝트'(FTP)는 "이란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달러체 제 탈퇴를 감행한다면, 미국은 이란 지도자들을 제거하는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본때'를 보여줄 명분을 차곡차곡 쌓는 분위기다. 입국금지 대상 명단에 테러의 실제적 온상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채 1975년 이후 미 본토에서 테러희생자를 낸 적 없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올린 게 대표적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사실은 이란을 상대로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는 점이다. 플로리다주 민주당 하원의원인 앨시 헤이스팅스는 지난 1월 3일 '대 이란 무력 승인법'(법안명 H.J.Res.10)을 발의했다. 법안 골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 이란을 대상으로 군사적 힘을 사용하도록 허가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지난달 29일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미 행정부의 태도가 시간이 갈수록 강경해지는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조치 등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하는가 하면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20여개의 이란 기업을 테러와 미사일 발사 책임을 물어 무더기 제재하는 방안을 이르면 3일(현지시간) 시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도 한치 물러섬 없이 미국에 맞서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경고에 대해 "근거가 없는, 상습적인 도발"이라고 폄하했다. 바흐람 카세미 대변인은 "이란의 대테러전 동참에 고마워하기는커녕 미국은 어리석은 정책과 근거없는 의혹을 조성해 오히려 테러조직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에 대해 비난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중동의 갈등을 확대해 무기를 더 팔아먹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미 '테러와의 전쟁' 등장하나

달러체제를 위협한 나라에 대해 미국은 철저한 응징을 가했다. 미국은 인권침해와 테러원조 등의 명목상 이유를 거론하며 해당 나라를 침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미국의 침공으로 붕괴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다.

미국은 리비아의 국민을 독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고 했지만, 실상은 카다피 정권이 달러체제를 버리고 금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통화체제를 만들어 미국 주도의 금융독재를 깨려 했기 때문이었다(내일신문 2016년 7월 12일 11면 '힐러리와 카다피, 아랍의 봄에 어떤 연관 있었기에…' 참조).

석유결제에서 더 이상 미 달러를 쓰지 않겠다고 공표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도 마찬가지 운명이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2003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만들고 있다며 '테러와의 전쟁' 깃발을 들고 이라크를 침공했다.

2011년 뉴아메리칸 지는 "한때 미국 정부의 각종 혜택과 지원을 받았던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달러 대신 다른 통화로 석유를 결제한다고 하자, 미국 부시 행정부는 단호하게 '정권교체'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전한 바 있다.

시리아가 미국의 눈밖에 난 것도 달러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2006년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는 대외결제 통화를 기존 달러에서 유로화로 바꿨다. 달러 가치의 변동이 워낙 커 경제 안정성이 위협받았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그같은 조치는 가뜩이나 냉랭하던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 얼어붙게 만들었다. 미국은 이후 알 아사드 대통령을 '인종학살 전범'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또 미국은 시리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했다. 시리아는 결국 미국의 적 또는 잠재적 적으로 찍힌 쿠바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너 이란 러시아 중국과의 교역에 전념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은 경제적 단절에 멈추지 않았다. 알 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한 대리전을 기획했다. 미국은 시리아 내 수니파 반군에 막대한 무기와 자금을 대 정부군과 맞서게 했다. 2011년 1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무아마르 카다피와 사담 후세인, 바샤르 알 아사드 모두 달러 체제를 벗어나려 했다. 그 결과는 참혹한 전쟁이었다. 그들의 조국 땅은 철저히 유린됐다. 카다피와 후세인은 목숨을 잃었다. 러시아와 이란의 도움을 받은 알 아사드만 권좌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물러설 때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온라인매체 '프리쏘트프로젝트'는 "시리아 정부를 군사적으로 전복한 뒤 서구 기업들이 시리아의 천연자원을 앗아갈 것이며 월가 은행들은 달러 친화적 통화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어 "이제 이란 차례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은 '이란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란에도 아랍의봄을 선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언제든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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