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별별 국수집

충실한 국수 맛은 기본, 특색으로 무장해 별 달아주고 싶은 집

2017-02-09 18:38:49 게재

진한 멸치국물에 말아먹거나 매콤달콤한 양념장에 한 그릇 뚝딱 비벼먹기 좋은 국수. 만만한 만큼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한국인의 국수 사랑에 대해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국수집 또한 흔하게 볼 수 있다. 국수집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평범함 대신 개성을 더한 집들이 속속 등장했다. 기본에 충실한 국수 맛에 나름의 특색으로 무장한 우리 동네 별별(별별의 사전적 의미는 보통과 다른 갖가지의) 국수집을 찾아가 보았다. 

 
 
국수와 떡갈비의 만남 ‘감동국수’
시골엄마 국수 느낌처럼

대화동에 있는 ‘감동국수’는 국수를 주문하면 떡갈비를 함께 준다. 국수가 메인이지만 수제떡갈비 맛 또한 일품이라 떡갈비를 추가하는 고객도 많다고 한다. 매장에 들어서면 주인장의 요리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안내문이 중앙에 붙어 있다.
‘시골엄마 국수 느낌처럼’이라고 시작하는 문구에는 남해산 멸치와 밴댕이, 건새우와 표고버섯 등을 우려내 육수를 만든다고 적혀있다. 단 1g의 MSG도 첨가하지 않고 천연 재료만으로 맛을 낸다고 강조한다. 이 집의 잔치국수는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맛이 다소 매운 겉절이 김치와 잘 어울린다. 비빔국수 또한 불나게 매운 맛과는 거리가 먼 순하게 매운 맛이다. 자극적인 음식이 넘쳐나는 먹거리 세상에 무자극의 순한 맛이 오히려 돋보인다. 떡갈비는 칼국수와 잔치국수, 비빔국수에만 곁들여 주고, 주꾸미부추전과 주꾸미볶음, 주꾸미덮밥 등의 요리에는 나오지 않는다. ‘감동국수’에 살짝 감동한 두 가지. 개성 있는 글씨체가 눈길을 끄는 이 집의 간판은 주인장이 캘리그래피를 배워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애기국수가 무료라는 것이다.

  
고기 듬~뿍 일산 고기국수 ‘천하일면’
상호 그대로, 아직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과 면

일산시장 인근에 위치한 ‘천하일면’은 국내 어디에도 없는 맛과 어디에도 없는 면으로 만든 국수를 자랑한다. 모두 주인장이 직접 개발한 메뉴다. 국물은 국내산 고기와 돈사골로 우려내며, 반죽 배합의 노하우를 담은 전용 자가제면을 쓴다. 칼국수와는 또 다른 느낌의 칼면인데 식감이 독특하다. 매일 목표치만의 면을 제면하고 재료가 떨어지면 영업을 종료한다.
메뉴는 대표주자인 고기국수와 얼큰 고기국수, 육화면(비빔) 등이 있으며 주문 방식이 색다르다. 메뉴를 결정한 후 면의 양을 대중소로 자신의 식사량에 맞게 무료로 선택할 수 있고, 고기에 들어가는 야채와 마늘 또한 보통과 곱빼기로 입맛에 맞게 선택 가능하다. 주인장은 국수지만 든든한 한 끼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고객들에게 넉넉하게 음식을 선보인다. 또한 중고생들에게는 고기국수를 1,000원 할인해준다. ‘천하일면’은 주인장 혼자 음식을 만들고 서빙도 한다. 그래서인지 테이블이 주방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어 누구나 주방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주문을 하면 한 그릇 푸짐하게 나오는 국수 안에는 고기가 듬뿍 들어있다. 국수 반, 고기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기국수는 이름값을 제대로 한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 ‘행주국수’
직접 면발 뽑는 구경은 덤

행주산성 인근은 유적지보다 국수집으로 더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수집이 많은 덕분에 국수 맛은 어느 집을 가나 기본은 한다. ‘행주국수’ 또한 국수 맛은 기본에 푸짐한 양으로 소문난 곳이지만, 여기에 하나 더, 면발을 직접 뽑는 과정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집이다. 홀과는 분리된 공간에서 면을 제작하는데 그 과정을 손님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반죽기에 물과 밀가루를 넣어 반죽하는 과정부터 반죽을 얇게 빚어 막대로 말아낸 후 한 가닥 한 가닥 국수로 뽑아내는 과정을 누구나 볼 수 있다. 면이 떨어지면 바로바로 면발을 뽑는다.
이 집의 메뉴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겨울철엔 보양식으로 추어국수를 선보인다. 기본으로 주는 국수 양이 많지만 원한다면 사리를 무료로 추가해 준다. 4,000원이라는 가격으로 둘이 먹어도 될 만큼 국수를 푸짐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자전거 족이 워낙 자주 찾아서인지 자전거 보관대가 마련돼 있고, 매장에서 국수를 먹으며 CCTV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지역의 특성상 넓은 주차장 또한 장점으로 손꼽힌다.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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